해운협회, 해운법 앞세워 화주·물류기업 해운업 진출 감별

2024-06-14 13:00:01 게재

롯데글로벌로지스 반대 … 한화쉬핑은 지켜보고

포스코 진출도 막아 … 현대글로비스는 한정면허

한국해운협회가 해운법을 내세워 화주·물류기업들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 반대·묵인 등의 의사표시를 하면서 감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해운업 진출 의사를 밝힌 롯데그룹의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히고, 4월 한화그룹의 한화오션 자회사로 설립한 한화쉬핑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없이 지나쳤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13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암모니아가스를 운반하겠다는 뜻을 밝혀 반대했고, 한화쉬핑은 어떤 화물을 운송할 것인지 밝히지 않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던 포스코는 해운협회의 반대 등에 따라 해운업 진출을 접은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두 기업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해운법에 따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10일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글로벌 물류 공급망 경쟁력 제고 및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암모니아 추진선 도입을 통한 친환경 해상운송 사업 등을 계획 중이라고 발표했다. 오른쪽은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사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해운법,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 제한 = 해운협회는 1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해운업 진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5월 10일 한국해양진흥공사와의 ‘글로벌 물류 공급망 경쟁력 제고 및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에서 암모니아 추진선 도입을 통한 친환경 해상운송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는 2자 물류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해운업 진출 시도를 의미하며 해운업계에 끼칠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협약 체결 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베트남 콜드체인 물류센터 건설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지역 물류 거점 구축 △암모니아 추진선 도입을 통한 친환경 해상운송 사업 △특수 컨테이너 투자 등에 향후 약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협회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송하려는 암모니아 등의 화학제품 시장의 경우 국내 중견·중소 해운선사들이 노력해 일궈낸 주력시장”이라며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력과 시장지배적 우위를 앞세워 해상운송을 시작할 경우 기존 선사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고, 과거 한진해운 사태와 같이 국가 공급망 위기 요인이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의 반대근거는 대량화물의 화주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한 해운법 조항(24조)이다. 하지만 암모니아는 법과 시행령에 열거된 대량화물에 적시돼 있지 않다.

해운법 24조와 시행령은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화물(이하 ’대량화물‘)의 화주나 대량화물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지분 40% 이상)이 그 대량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해상화물운송사업의 등록을 신청한 경우 해양수산부장관은 국내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관련 업계 학계 해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령에 열거한 대량화물은 발전용 석탄이다.

협회는 암모니아가 액체가스에 포함된다고 해석했지만 논란이 있다. 협회는 반대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해운법에 명시되지 않은 대량화물 기준에 암모니아 에탄올 등 친환경 대체 연료를 포함하는 해운법 시행령 개정도 건의했다. 이에 대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3일 “해운협회 입장을 존중하고 앞으로 잘 협의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4월 12일 친환경·디지털 선박기술 검증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화쉬핑를 설립했다고 공시했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개발하고 기본 승인을 획득한 대형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사진 한화오션 제공

◆현대글로비스도 대량화물 운송하려면 사업변경등록 필요 = 해운협회는 롯데글로벌로지스보다 한 달 앞서 해운회사를 설립한 한화그룹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표명없이 지나왔다.

협회 관계자는 “한화쉬핑은 아직 어떤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것인지 계획을 밝힌 바 없다”며 지켜보는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4월 12일 친환경·디지털 선박기술 검증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화쉬핑를 설립했다고 공시했다.

한화오션은 “당사가 개발 중인 친환경·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선박 운용을 통해 실용성 안정성 검증 확보와 함께 고객들과 적극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한화쉬핑이 대량화물을 운송하는 해운회사 모습을 띄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배를 선주가 인수하지 않자 현대중공업에서 직접 해운업을 해보겠다며 설립됐지만 한화쉬핑은 친환경선박에 대한 검증기능이 주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쉬핑은 기존 해운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선박에 대해 아직 선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먼저 테스트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쟁점은 남는다. 해운회사로서 해운법에 적시된 대량화물을 운송하게 되면 지금까지 사례를 볼 때 해운협회가 입장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화오션은 현재 법인만 설립한 상태로 해상운송사업 등록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2009년 해운업계 반대로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포기했고, 2020~2021년에도 물류자회사를 설립하며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해운업계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는 대량화물을 운송하지 않고 자동차를 운송하는 ‘한정면허’로 해운업을 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대량화물을 운송하고자 할 경우 사업변경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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