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행정통합 속도 낸다
대구·경북에 선수 뺏길라
서둘러 공동합의문 채택
부산·경남이 연방제 수준의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17일 부산시청에서 박형준·박완수 두 광역단체장이 만나 ‘부산·경남 미래도약과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서명했다고 밝혔다.
양 시·도는 합의문에 연방제에 준하는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모델은 미국의 50개 주들처럼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자치권과 재정권 등을 행사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실질적인 권한이양을 위해 특별법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통합 논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음 지방선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늦어도 내년 말까지 특별법 제정과 주민투표까지 마치지 못하면 통합은 물 건너간다.
때문에 연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던 부산연구원·경남연구원의 행정통합안 용역을 늦어도 9월까지 마치기로 했다. 이후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발족시켜 시·도민 인식 확산과 공감대 형성에 나서기로 했다. 행정통합안이 마련되면 내년 상반기 내 시·도민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게 된다. 찬성이 다수가 나오면 특별법 제정에 나서 내년 말까지 법 통과와 함께 최종 주민투표까지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지지부진하던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는 대구·경북이 불을 붙였다.
대구·경북은 지난 4일 올해 안에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6년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정부는 대구·경북의 통합이 행정체제 개편 선도사례가 되도록 통합의 직간접 비용을 지원하면서 행정적·재정적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부산·경남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행정통합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우리도 외부의 흐름이 형성됐을 때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서 속도감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가야할 길은 멀다. 연방제 수준에 준하는 권한이양을 담은 특별법 통과도 그렇지만 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인식 제고가 우선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여론조사에서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아는 주민은 10명 중 7명이 모른다고 답했다.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의견도 1/3 정도에 그쳤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시·도민이 찬성하지 않는데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별법도 제정되지 않으면 (통합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