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원치 않지만 준비돼 있어”
네타냐후 총리 헤즈볼라와 대결 시사 … 이스라엘 국방은 다급히 미국행
네타냐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자국매체 채널14 방송 프로그램 ‘더 패트리엇’에 출연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치를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이 도전 역시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다면전을 치를 수 있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멀리 후퇴하는 합의를 위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헤즈볼라의 무력 공세로 피란길에 오른 북부지역 주민 약 10만명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매체에 출연해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 통치 문제에 관한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5개월 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통치에 현지 집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보고했다”며 “지금 이스라엘군은 또 다른 계획을 가져왔으며 이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의 치열한 전투는 거의 끝나가지만, 전쟁은 하마스가 더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현 단계의 전투가 종료되면 더 많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과 접경한 북부 전선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거의 매일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해왔다. 최근 최고위급 지휘관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하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스라엘도 무력으로 강경대응하면서 양측간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창설됐으며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지원받고 있으며, 1992년부터 선거에 참여하면서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장기 내전 이후에도 무장을 해제하지 않은 채 레바논군보다 더 강력한 군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전면전을 선언할 경우 그 여파는 예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19일 TV 연설에서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과 다른 나라 무장세력들도 수만 명의 전사들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며 “그들이 제안한 지원 병력 규모에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23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치를 경우 미국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망 시스템인 아이언돔이 압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하루에 3000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헤즈볼라와 화력이 아이언돔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하마스에 이어 헤즈볼라와의 무력충돌 조짐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은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무기지원 제한조치 상황까지 이르렀다. 헤즈볼라와의 일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무기지원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지구 지상전 투입을 계기로 잦은 갈등을 빚어오다 최근에는 미국의 무기지원 제한조치까지 이른 상황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23일 긴급히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발한 갈란트 장관은 현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중동 특사인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등 고위 미국 관리들을 잇달아 면담한다.
그는 출발 직전 성명을 통해 가자 전쟁 막바지 국면에서 미국과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 고위 관리들과의 이번 대화는 미래 전쟁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화에서 나는 남부 전선의 가자지구와 북부 전선의 레바논 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가자지구와 레바논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필요한 행동을 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