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지도부 장악…원내 기반 넓히기 시동

2024-08-02 13:00:01 게재

정점식 정책위의장 ‘뒤끝 사퇴“ … 후임에 대구 4선 김상훈

첫 고비 넘긴 한 대표, 다음 행보는 민생 챙기기-스킨십 확대

채 상병 특검 ‘한동훈 수정안’ 당론 발의 놓고 리더십 시험대

통합할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집요하게 따라붙던 질문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변화’를 택했다. 첫 걸림돌로 급부상했던 정점식 정책위의장 거취 문제도 자진 사퇴로 일단락됐다. 주도권 확보에 성공한 한 대표는 더 빠르고 더 유능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춰 가는 변화의 행보를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였다간 기습을 당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불만을 토로하는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밖으로는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 안으로는 발톱을 숨긴 친윤 세력 사이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일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주말까지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라면서 “다음 주부터는 여당 대표로서 민생을 챙기는 동시에 당내 의원들과 스킨십 확대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점식 거취 논란’으로 자칫 불안하게 보이거나 제동이 걸린 듯했던 모습을 털어내고 ‘한동훈팀’을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전날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한 대표 체제의 방향타가 통합보다는 변화라는 점이 당내에 확연히 각인됐다.

정 의장을 고리로 ‘통합’을 요구한 친윤계와 ‘변화’를 강조한 한 대표 간의 신경전이 결국 한 대표의 1승으로 끝난 셈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날도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정책위의장 교체 의지를 재차 밝혔다.

침묵하던 정 의장은 1일 오후 5시 15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간담회에서 “우리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뒤끝은 남겼다. 정 의장은 “당헌상 당 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갖고 있지 않다” “앞으로 의총 추인을 받아 선출될 후임 정책위의장께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달라” 등의 발언으로 정책위의장 인선과 당 대표 권한을 분리시키는 듯한 인상을 줬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추경호 원내대표도 정책위의장 인선을 한 대표에게 추천할 것이랴는 기자 질문에 “알아서 당헌·당규에 따라 잘하겠다”고 답했다. 당헌·당규 상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임명 권한을 갖고 있긴 하지만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후임 정책위의장으로는 대구 출신 4선 김상훈 의원이 내정됐다.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고 정책 능력도 탁월하다는 점이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지도부 중 한 대표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던 김재원 최고위원도 “아주 훌륭한 분”(2일 YTN라디오)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언론인 출신 ‘친한계 원외’ 인사인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장은 최근 다른 임명직 당직자들과 함께 일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한 대표는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배경을 설명하고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고자 공식 발표는 다음 주에 할 것으로 알려졌다.

첫 고비를 넘은 한 대표는 민생행보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장기화된 의정갈등, 피해자가 속출한 티몬·위메프 사태, 높은 물가와 집값 상승 등 각종 국민 관심사와 관련해 정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한편, 현장행보 등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필리버스터 등 원내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외 대표로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다음주부터 릴레이 오찬 등 지역별 선수별로 의원들과 소규모 만남을 가지며 당내 의원들과 스킨십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 의장 교체 문제로 시험대에 섰던 한 대표의 다음 시험대는 채 상병 특검법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때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당내 의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한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의원들을 설득하고, 의원총회에서 통과되어야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에 대한) 당론발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같은 날 CBS라이도에서 “채 상병 특검은 결국 원내대표와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국민의힘은 계속 (채 상병 특검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한 대표가 무리하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대표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으니 이 부분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얼만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겠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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