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형질 변경한 토지도 ‘분할 가능’
법원 “분할 제한사유 안돼”
무단 형질변경 후 원상복구 되지 않은 토지라도 분할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A씨 등 17명이 서울시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 등 원고들은 종로구 대지 1260㎡의 공유자들로 2022년 6월 토지분할을 신청했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같은 달 무단 형질변경 후 원상 복구되지 않은 토지를 ‘사고지’로 봐 지적측량 성과검사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후 지적측량 성과검사가 누락됐다며 토지분할 신청을 반려하자 A씨 등은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은 소송에서 “종로구청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적측량과 성과검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적측량성과도 누락을 이유로 토지분할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종로구청은 “이 사건 토지는 사고지 명시가 해제되지 않은 이상 지적측량 성과검사가 이루어질 수 없고, 이를 요건으로 하는 토지분할 역시 이뤄질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종로구청의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간정보관리법령은 토지분할을 신청할 때 분할 사유를 적은 신청서에 분할허가 대상인 토지의 경우 그 허가서 사본을 첨부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지적측량성과도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정 그 자체만으로 토지분할신청을 반려할 수 있는 제한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토지분할을 신청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 중 측량성과도를 첨부서류에서 제외하기도 했다”며 “종로구청이 지적측량 성과검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면서도 원고들의 토지분할 신청을 반려한 것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또 “지적측량 성과검사신청에 대한 적법한 반려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토지가 무단으로 형질변경되고 원상복구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라는 사정은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허가 제한사유에 해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건축법 등에서 정한 분할제한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