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 관건

2024-08-05 13:00:01 게재

21대 이어 22대 들어서도 ‘지구당 신설’ 법안 잇따라

입법조사처 “현 당협위원회, 역할은 있는데 권한은 없어”

2004년 전격 폐지된 지구당이 20년 만에 부활할 수 있을까. 여야 대표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구당 부활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들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일 공개한 ‘지구당 부활의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구당 부활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는 현행 당원협의회의 한계 탓이 크다.

2004년에 지구당이 폐지된 후 기존 지구당이 수행하던 업무(당원교육, 민원해결, 여론수렴)를 이관받은 것은 시도당이었다. 그러나 10명 내외의 사무직원으로 운영되는 시도당에 한계가 오면서 2005년 정당법 개정을 통해 당원협의회가 설치됐다.

문제는 당원협의회가 정당조직에 속하지 않는 임의조직이어서 사무소를 둘 수도, 시도당 허가 없이는 자체 교육이나 행사를 실시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과거 지구당처럼 운영되는 것을 우려해 당원협의회 활동을 최소한으로 제한한 탓이다.

보고서를 쓴 이정진·허석재 입법조사관은 “당원관리나 교육 등 과거 지구당의 역할 상당 부분을 (당원협의회가) 실제로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권한은 없어서 시도당을 통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원협의회 사무소 설치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연구소나 포럼 등의 명목으로 사무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정당에서 당협위원장을 공모할 때 사무실을 낼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점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법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에서도 “현역 의원들은 후원회 사무실을 지역구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데 반해 원외 위원장을 사무소 설치가 불법이므로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면서 “정당의 당세가 약한 지역에서는 당원협의회 활동이 더욱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밝혔다.

당원협의회 제도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입법 논의는 주로 당원협의회를 폐지하되 지구당 또는 지역당을 부활시키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발의된 지구당 부활과 관련해 5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지구당(지역당)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구당 부활 법안에 대한 상임위 심사 과정이 이뤄질 경우 결국 관건은 고비용 구조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그리고 정치자금을 어떻게 투명화할 것인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차떼기’ 사건 등이 지구당 폐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만큼 관련 우려를 해소하는 게 우선순위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지구당에 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당비를 사용하는 방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있다.

이정진·허석재 입법조사관은 “후원회 설치를 허용할 경우 기부 및 모금 한도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구당이 기부금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회계처리 및 보고절차를 법률로 명시하고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당협위원장이 아닌 다른 정치신인에게 또 다른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 당 지도부가 당협위원장을 낙점하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지구당 부활이 중앙당에 대한 지역의 예속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논의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정진·허석재 입법조사관은 “지구당 운영을 위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당원들의 실질적인 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확립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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