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종결’ 권익위 간부 사망, 후폭풍 어디로
사건 종결 놓고 이견? “심리적으로 힘들다” 지인에 카톡
민주 “고초 당한 것 아닌지” 안철수 “정치적 이용 말아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담당한 국민권익위 김모 국장의 죽음이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국장이 생전에 김 여사 사건과 관련해 권익위 수뇌부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 심리적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점이 지인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어 진상규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8일 한겨레·JTBC 등이 보도한 김씨 주변인 제보를 보면 김씨는 명품백 사건을 ‘위반사항 없음’으로 종결처리한 데 대해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호소를 해왔다. 한겨레가 보도한 지인과의 카톡 대화에서 김 국장은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서 송구한 맘이다. (중략) 심리적으로 힘드네요”라고 하소연했다. 이 지인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업무가 고되어 목숨을 끊은 것처럼 알려져 이를 바로잡으려 문자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TBC에 제보한 김 국장의 지인도 “(김 국장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어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명품백 사건에 대해 권익위 결론과 달리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국장은 이날 오전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여년 동안 부패방지 업무를 해온 그는 명품백 사건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응급헬기 특혜 사건도 담당했다.
권익위의 명품백 사건 종결 문제점을 지적해온 민주당은 김 국장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일련의 과정에서 권익위 내부 실무자들이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면서 “고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2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힘쓰겠다. 민주당이 진상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고인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면서 자랑으로 여겼을 권익위라는 조직을 윤석열 정권이 망가뜨렸다”면서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들여다보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에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고인의 사망을 계기로 우리 정치의 참담한 현실을 돌아본다”며 “극단적인 대결과 혐오의 정치,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권익위는 각종 보도가 이어지자 “고인의 죽음으로 유가족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고인의 명예와 관련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