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5대은행 쏠림 심화…올해만 32조원 급증
작년 대비 6%나 증가…시중은행, 연간 2~3%만 늘리겠다는 목표치 이미 넘어서
정부·시중은행, 정책금융·주담대 금리 올려도 향후 금리인하 기대감에 실효성 의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요 5대은행으로 쏠림이 커지고 있다. 이들 5대 은행은 올해 초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경제성장률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주담대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일부 정책금융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 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1조39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559조7501억원)에 비해 불과 1주일 새 1조6404억원이 증가했다. 이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올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말(-4494억원) 전달 대비 반짝 줄었지만 이후 매달 5조원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529조5821억원)보다 31조8084억원(6.0%)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은행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5대 은행의 쏠림을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예금은행 전체 주담대 증가 추이는 5대 은행 증가세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예금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5월 기준 692조4495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672조1102억원)보다 3.0%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세의 경우도 5대 은행은 전달 대비 7조5975억원 증가해 전체 예금은행 증가액(약 5조6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5대 은행 주담대가 증가하는 데 반해 국책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의 대출 잔액은 감소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5대 은행 증가세보다 전체 은행권 증가세는 크지 않다는 점을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주담대 증가세는 전체 가계대출 잔액을 늘리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총 잔액은 8일 현재 718조213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692조4094억원)에 비해 25조8036억(3.7%)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액보다 가계대출 총액 증가 규모가 작다. 신용대출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담대 증가세를 잡지 못하면서 가계대출 누적 잔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올해 초 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2~3%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명목GDP 증가세가 아닌 실질 경제성장률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한 데는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안정성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당국과 은행권의 공통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치가 현재까지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고가의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고, 주택청약 열기도 고조되면서 일부 시중은행 안에서 아파트담보대출 유치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집값은 더 오르고 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커져 가능한 최대로 주담대를 받으려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은행권은 주담대 증가세를 잡기 위해 관련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6일부터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4억원까지 빌려주는 디딤돌대출 금리를 최대 0.4%p 인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대출은 연 2.15~3.55%의 기존 금리가 2.35~3.95%로 조정된다. 올해 초 정부가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상품 대출금리를 최저 1%대의 낮은 금리로 내주면서 주담대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시중은행도 9일 현재 주담대 변동금리를 기존 연 4.030~6.548% 수준에서 연 4.290~6.514%으로 금리 하단을 0.260%p 인상했다.
은행채 5년물과 연동한 주담대 고정금리도 최저 금리를 0.250%p 올렸다. 지표금리인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는 비슷하거나 내려가는 추세인데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낮춰 실질 대출금리 수준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