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실현가능한 전기차 화재 대책을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 후 국민들은 불안 불안하다. 유례없는 사고에 국민들은 속이 타지만 정부는 이제야 관련부처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이다. 그나마 종합대책은 다음달 내놓는다고 한다.
오히려 지자체들이 더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 90% 이상 전기차는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초구는 공영주차장에 화재진압장비 꾸러미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살피기로 했다.
관련 조례 제·개정도 나섰다. 서울시는 질식소화덮개, 감시용 열화상카메라, 상방향 직수장치 등에 대한 설치기준을 담았고, 부산시와 인천시는 지상에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및 충전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대구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관련 조례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충북도는 전기차 충전설비를 변전실 등 필수설비와 10m 이상 떨어뜨리도록 하는 내용의 안전기준을 정부에 건의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충전율 80% 이하만 지하출입을 허용하려는 곳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국민들을 얼마나 안심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위법에 없다 보니 강제규정이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치는데다, 상위법 마련이 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수준은 불안감 해소와 거리가 있다.
지하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것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지상을 공원화하는 건설 추세 때문이다. 부산시의 6월 말 전기차 충천시설 2만1391여기 중 지상에 설치된 건 18%인 3868여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80% 이상은 지하에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열폭주는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전기차는 화재 시 1000℃ 이상의 화염이 순식간에 3~4m에서 길게는 10m까지 수평으로 퍼진다. 전기차가 일반주차구역에 주차하도록 막을 수도 없다. 다닥다닥 붙어 주차하는 특성상 항상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파란색 번호판을 피해 주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지상이라고 안전할까. 2022년 2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상구간인데도 열폭주 후 불과 4초 만에 차량 6대가 화염에 싸였다.
화재확산방지 설비들이 비현실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질식소화덮개는 화재 발생 시 일반인이 사용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분말소화기는 겉으론 끈 것처럼 보이지만 재발화 가능성이 매우 높고 수조도 일반인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최초 발견자에게 신고 후 대피하는 것 외에 행동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사고는 이미 났고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이다. 더 큰 사고를 막도록 실현가능하면서도 불안을 떨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랄 뿐이다.
곽재우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