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개정안은 상위 1%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안”

2024-08-20 13:00:03 게재

시민단체·야당, 대안토론회 열고 정부 개정안 비판

“‘중산층 감세’ 주장은 허구” … 국회심의 진통예고

2024년 세법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둔 가운데, 정부안이 부자감세로 일관됐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거액자산가나 대기업이 아닌, 중산층과 서민에 초점을 맞춰 세제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고됐다.

20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2024 세법개정안 비판적 평가와 바람직한 대안모색 토론회’가 전날 오후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지난달 22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법 개정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오른쪽은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말뿐인 중산층 감세” = 발제자로 나선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을 ‘초부자감세안’이라고 규정했다. 정 교수는 정부의 상속세 개정안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안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정부는 이번 개정을 ‘중산층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개정의 핵심은 상위 1%를 넘어 상위 0.1%인 ‘슈퍼리치’ 감세에 초점을 둔 것”이라며 “완화대상인 금투세, 배당세가 상위 0.1%의 초거대금융소득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투세 도입 폐지의 혜택은 주식 소유량 상위 1% 대주주들이 주로 누리게 되며 99%는 금투세가 도입돼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속세 개정안도 중산층이 아니라 상위 1%를 위한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상속세가 정부안의 핵심내용은 50%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30억원 초과 구간을 없애고 40%로 낮추는 내용이다. 정 교수는 “2023년을 기준으로 이 구간에 속한 상속건수는 1251명이고, 전체 상속 건수(약 35만건)의 전체 상속세의 0.01%(건수는 6.3%)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득상위 0.01%를 위한 초부자감세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IMF외환위기 이후 상위 1%의 소득은 증가하고, 하위 40%의 소득은 줄어들었다는 통계지표를 소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상위 1%의 소득이 늘었는데, 한국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상위 1% 소득 비중의 증가가 전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부가 감세규모와 고소득층, 대기업 혜택 규모를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기재부가 감세규모를 과소추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올해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 연도별 세수효과를 보면 2025년에 법인세 세수가 14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 세법개정안의 내용 중 법인세를 증가시킬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필요한 재정정책은 내수와 민생을 살리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기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이라고 제안했다.

◆“수십조 세수펑크에 감세 논의 부적절” = 또 다시 세수펑크가 예고된 올해 세수상황을 따지더라도 감세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56조원의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도 최소 10조원대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감세안을 제기한 것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투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를 뼈대로 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에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통한 경제 부양을 노리기보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고도 지적했다.

채 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추진한 감세정책의 경제성장 효과는 불분명하지만 분배 악화에 따른 양극화 효과는 확실했다”며 “이같이 무책임한 감세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관련 논의를 통해 경기침체와 증시 하락의 책임을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권에 돌릴 수 있는 점을 노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상속세 공제확대엔 공감대 = 최고세율 하향조정 비판은 컸지만 상속제 일괄공제 확대 논의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 연구위원은 “상속세 일괄공제 확대 및 신고공제 정비 등 조세중립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상속세에 대한 야당내 기류와도 일맥상통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상속세 일괄공제 확대를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전날 대표로 선출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세율을 인하하게 되면 중산층이든 서민이든 초부자든 똑같이 상속을 받더라도 세율이 떨어져서 부자들의 상속세가 훨씬 더 많이 줄어든다. 그건 초부자 감세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세금이 중산층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일괄 공제·배우자 공제 완화책을 거론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상속세의 일괄공제액 규모를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시민단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