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신뢰 땅바닥, 독립성 확보 안하면 무용론 불가피”
국회 토론회서 시민단체·야당 정무위원 촉구
인사청문회 도입-대선캠프 활동자 배제 등 제안
“사망한 김 국장 사건 진상규명해야” 한목소리
“권익위 신뢰가 이미 땅바닥 아래로 추락했다. 독립성 확보나 다른 조치 없이 그냥 가면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이강일 민주당 의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종결 처리, 이 사건을 담당한 김 모 국장의 사망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국민권익위원회 독립성 제고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3당(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들과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19일 국회 토론회에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권 유불리에 따라 권익위 사건 처리의 적극성과 속도가 달라지는 점을 짚었다.
이 사무처장은 “윤석열정부 들어 권익위는 전 정권과 야권 인사에 대한 신고사건을 신속하게 조사해 수사의뢰하는 반면, 대통령과 여권에 불리한 신고사건은 끌다 종결처리하는 등 편향된 결정을 내놓으면서 공정성과 독립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로 든 사건은 김 여사 명품백 사건과 남영진 전 한국방송 이사장 법인카드 사건이다. 이 사무처장은 “김 여사 사건은 신고자,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도 없이 접수 175일 만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처리했다”면서 “반면 공영방송의 보수성향 노조들이 신고한 남영진 전 한국방송 이사장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과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각각 41일, 63일 만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이첩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권익위가 이중잣대를 가졌다는 의혹은 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면서 “참여연대의 모니터링 결과 이렇게까지 수사와 조사기관이 공정성을 상실하고 편향되게 수사권과 조사권을 남용해 온 정권을 역대로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권익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모두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대통령과 법대 동기에 여당 당협위원장을 했던 사람,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권익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면서 “최소한 선출직 예비후보에 등록·출마하거나 대선캠프에서 직책을 맡은 사람 등을 위원장·부위원장 결격 사유에 포함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박종민 부위원장, 김태규 전 부위원장 등은 대통령과 학연으로 묶여 있거나 대선 당시 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어 대통령이 피신고자인 사건을 처리할 때 이해충돌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참석자들은 권익위 독립성 확보를 위해 권익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권익위 상임위원 임명 시 최근 3년 내 선출직 등록 또는 출마했거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사람 배제, 신고사건에 대한 조사권 명문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모 국장의 사망 이후 권익위 비상임위원직을 사퇴한 최정묵 전 비상임위원은 권익위 의결서의 적극적인 공개, 공론화센터를 설치해 권익위 사건에 대한 국민 참여 확대, 소수의견과 다수의견이 갈릴 시 소수의견 명기 등의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지난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모 국장과 관련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한목소리로 나왔다. 이 사무처장은 “고인은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사건 종결과 관련해 심적 고통과 자책감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누가, 그리고 무엇이 한 양심적인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라영재 전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고인에 대해 “같이 근무했던 후배”라면서 “영혼이 없는 게 공무원이라는데 왜 영혼을 가졌을까”라면서 복잡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