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형 전세사기 ‘인천 건축왕’ 동해망상 비리 ‘무죄’

2024-08-21 13:00:23 게재

법원 “행정청 권유로 사업 참여”

500억원대 전세사기로 재판 중

‘인천 건축왕’으로 불리면서 전세사기를 벌여 1심에서 징역 15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은 남 모씨가 강원경제자유구역 개발 비리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행정청이 권유해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앙법원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20일 경제자유구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씨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에 모회사의 자산과 매출액 등을 허위로 기재해 제출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남씨가 동자청의 적극적인 참여 권유를 받아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한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동자청은 망상지구 시행자 유치·지정 과정에서 모기업의 실제 재정 상태를 알았음에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매출이 허위로 기재됐다고 하더라도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행자로 지정됐다는 사정만으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남씨는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인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동해이씨티)를 설립해 2018년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에 선정됐다. 남씨는 이 과정에서 모회사인 상진종합건설의 사업 규모와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자산, 연간 및 누적 매출액, 회사 직원 수 등을 허위 내용으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남씨는 동해망상지구에 속한 임야 178만㎡를 143억원에 낙찰받았는데 지난해 전세사기 범행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해 6월 동해 망상지구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동자청 고위 간부 등 3명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자청은 같은 해 8월 동해이씨티의 사업 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지난달 새 시행자를 선정했다.

한편 남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수법으로 총 536억원(665채)을 가로챈 혐의로 다수의 재판을 받고 있다.

남씨는 2022년 1~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세입자 191명으로부터 148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사기죄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과 추징금 115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남씨는 305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1심 재판이 인천지법에서 진행중이다. 또 지난 6월 전세보증금 8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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