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개념 너무 포괄적…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저해”

2024-08-21 13:00:27 게재

5%·10%룰 등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수탁자책임활동 활성화

삼성물산 불법 합병으로 발생한 손실, 손해배상·구상권 청구

현재 자본시장법상 경영권에 대한 개념이 과도하게 포괄적으로 명시되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실효적인 주주활동을 견인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5%·10%룰 등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수탁자책임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삼성물산 합병 문제 관련한 청구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속히 관련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구상권 행사를 추진해야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20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회의원회관 제10 간담회실에서 ‘국민노후의 마중물, 국민연금기금운용 현황과 개혁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참여연대 제공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 단 1건도 없어”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20일 개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 현황과 개혁과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연임 박사(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는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주주활동이 상당히 미흡하다”며 “이는 보유목적 관련해 경영권에 대한 개념이 과도하게 포괄적으로 명시되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의 저해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박사는 “자본시장법 제147조‘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을 ‘지배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이란 표현은 의결권 행사, 경영진과의 대화 등 보편적인 주주들의 기업경영 활동의 주주활동(engagement)도 기업의 ‘지배권’ 변동 목적 등의 행위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박사는 “당초 대량보유보고제도(5% rule) 도입 취지는 경영권 보호, 투자자보호, 시장의 투명성제고, 내부자 거래 방지를 위해서 만든 것인데 ‘경영권’이라는 용어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포괄적으로 해석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보편적인 주주활동도 위축시키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1인이라도 추천하는 경우 경영참여에 해당될 수 있어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지분변동 보고 등 논란이 있었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현재까지 사외이사를 추천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10% rule) 관련해서는 공적 연기금에 대한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 면제 범위를 확대하고, 공적 연기금에 대한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 면제의 조건인 엄격한 정보교류 차단 장치를 구축하고 내부통제기준 등 차별적 규정 조항을 삭제할 필요도 있다.

이 박사는 “국민연금은 ESG 컨트러버셜(논쟁·물의를 일으키는) 이슈에 대한 중대성 평가 등을 통한 대상기업을 선정해 주주활동을 수행한다”며 “원칙 중심의 정보교류차단규제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공적 연기금에 대한 단차익 반환 특례 적용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인정 요건을 삭제하고 연기금의 자율 규제시스템으로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관련 청구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 삼성물산 불법 합병 관련 국민들이 입은 피해 회복을 위한 손해배상 및 구상권 청구를 조속히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박사는 “삼성물산 최대주주 국민연금 및 정부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약 1년 및 2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조속히 관련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구상권 행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지난 2015년 9월에 있었다. 이후 해외 투자 그룹인 메이슨과 엘리엇은 한국정부가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ISDS를 통해 국제중재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해 6월 엘리엇에게 5359만달러(약 690억원), 올해 4월 메이슨에게 3203만달러(438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국제중재판정부(ISDS) 소송관련 승소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세금으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국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추가비용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위 중재 판정에 대해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무기력하게 패소하며 증가한 추가 이자는 엘리엇이 65억원, 메이슨이 38억원으로 합하면 103억원에 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엘리엇이 ISDS 소송을 제기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복지부가 법률 및 중재 대응 비용으로 265억99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가 엘리엇 및 메이슨 투자자 국가소송 중재신청에 따른 정부대리 로펌 선정 및 중재 대응을 위한 후속조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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