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훈풍 부는 국회…전세사기특별법 여야 합의
28일 본회의서 처리, 11월부터 시행
6개월마다 실태조사·보완입법 가능성
22대 국회 개원 후 여야가 전세사기특별법에 합의하는 등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상임위 문턱을 넘긴 특별법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협치 물꼬를 텄다”는 기대와 “그나마 피해자가 있는 법이라 합의가 가능했을 뿐”이라는 회의론이 교차한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11월부터는 본격 시행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돕게 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 법이 시행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게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10년 동안 무상 거주하되, 원할 경우 일반 공공임대 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추가 거주할 수 있다. LH는 경매차익으로 피해자 임대료를 지원하고 만약 부족할 경우엔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만약 피해자가 피해 주택에 거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받거나 지원액을 차감하고 남은 경매차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전세사기 피해자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신탁사기주택과 불법 소지가 있는 건축물, 선순위 피해주택도 적극 매입해 지원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는 보증금 한도를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개정안 통과를 반기면서도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 확대를 당부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세사기 대책위)는 개정안이 국토위에서 통과된 후 입장문을 내고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보장 방안이나 경매가 종료된 피해자들에 대한 LH 매입 등 소급적용, 다가구주택 매입 동의율 완화, 다세대 공동담보 추가 안분 배당, 외국인 피해자 지원 확대 등에 대한 요구는 담기지 않았다”고 우려를 밝혔다.
결국 보완입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들은 “개정안에는 6개월마다 실태조사를 진행해 개선한다는 내용이 반영되었지만,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빠르게 시정 조치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향후 보완입법을 위한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완입법 필요성에 대해 국토위 문진석 민주당 간사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6개월마다 실태조사를 해서 보완 사항을 찾도록 돼 있다”면서 “만약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 발견된다면 여야가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온 정의당도 법안 상임위 통과 후 입장문을 내고 “사각지대가 없는지 철저히 살피고,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안을 적극 마련해 향후 보완 입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이어지던 도돌이표 정국이 전세사기특별법 여야 합의로 새 국면을 맞이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국토위 소속 모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법은 명확하게 피해자가 있는 법이었기 때문에 여야가 서로 양보하는 게 가능했지만 다른 법안들은 사실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