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SK디스커버리 가습기살균제, 거짓광고 재판 병합될까 관심
법원 “사실관계·증인 중복” 병합 필요
SK “방어권 행사 벅찰 것” 분리 요청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거짓광고한 사건의 공범인 애경산업과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컬) 재판을 병합해 진행할지 여부가 다음달 11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앙법원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21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SK디스커버리 법인과 홍지호 전 대표이사 대한 1차 공판을 열고, 다음기일에서 먼저 기소된 애경산업 법인과 안용찬 전 대표 사건과의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건이고 다투는 취지도 유사한 데다 증거의 양도 방대하고 불러야 할 증인도 중복된다”며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 검찰측이 모두 따로 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병합을 안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경산업과 검찰측 의견을 받아본 뒤 다음 기일인 오는 9월 11일에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SK디스커버리 변호인측은 “공소제기 기간이 거의 2년 가까이 차이 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병합을 하게 되면 쫓길 가능성이 있어 방어권 행사가 조금 벅찰 것 같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검찰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와 홍 전 대표는 2002년 10월부터 약 3년간 두 차례에 걸쳐 애경산업과 공모해 언론사에 가습기 살균 제품인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가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로 인해 2022년 9월까지 허위 내용의 광고성 기사가 계속 보도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2년 10월 보도자료 명의자인 애경산업과 안 전 대표를 먼저 기소한 뒤 올해 5월 SK디스커버리와 홍 전 대표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제조사인 SK디스커버리가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폐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고, 영국의 흡입독성시험 전문기관으로부터 저독성을 인정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인정받은 것처럼 판매사인 애경산업에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임직원은 거짓 광고와는 별도로 독성 물질을 사용해 사용자들에게 폐 질환을 일으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기소돼 지난 1월 11일 항소심에서 금고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임직원 13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으며,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1심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물질 사용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나 천식을 발생시켰다거나 악화시켰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질병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SK디스커버리측은 이날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으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입장을 냈다. 또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 제품의 유해성 부분을 다툰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