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목사, 징계무효소송 각하

2024-08-22 13:00:05 게재

법원 “종교의 자율성 보장돼야”

이동환 “나만을 위한 재판아냐”

성소수자에 축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목사가 낸 징계 무효 소송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법원은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중앙지앙법원 민사합의46부(김형철 부장판사)는 21일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상대로 낸 총회재판위원회판결 무효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에 인천에서 열린 제2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성 소수자 축복식에 나서 “여러분도 하나님의 자녀”라며 축복의 의미로 꽃을 뿌리는 등 기도를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는 2020년 10월 ‘동성애 찬성 및 동조’ 혐의로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했고, 이 목사는 항소했지만 징계가 최종 확정됐다.

이 목사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이 목사는 소송에서 “해당 축복식은 헌법상 기본권과 기도문을 읊은 것에 불과해 동성애를 찬동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감리회의 부당한 재판 지연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감리회측은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은 교단이 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목사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 여부는 세속재판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교리 해석에 대해 세속의 사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취지이다.

법원은 감리회 교리해석과 별개로 무효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직 2년 기간이 이미 만료됐다”며 “이 사건 정직 판결은 출교 무효소송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를 방지하고 의식·예배를 통해 이를 외부에 표현하고자 하는 원고의 양심과 종교, 표현의 자유를 교리와 무관하게 제한한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원고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무효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호 충돌하는 원·피고 기본권의 중요성과 보호법익을 비교 판단해야 하고, 종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각하이유를 설명했다.

이 목사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고 직후 이 목사는 “내가 받은 징계를 근거 삼아 감리회에서는 또 다른 목사와 목회자들에 대한 종교재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재판은 저 하나만을 위한 재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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