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E&S 합병안 반대 잇따라 "합병비율 일반주주들에게 불리"

2024-08-23 13:00:01 게재

국민연금 수책위 “주주가치 훼손 우려”

거버넌스포럼 “각자 이사회에서 재심의”

서스틴베스트 “이해상충 이슈 고려해야”

오는 27일 개최 예정인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SK E&S와의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에 대한 반대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며 합병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각자 이사회를 열어 일반주주 입장에서 합병 필요성과 합병비율을 재심의할 것을 촉구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는 동일한 최대주주를 둔 계열사 간 합병과정에서 이해상충 이슈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 반대, 소액주주·기관투자자에 큰 영향 =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2일 제10차 위원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반대’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지분 6.28%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 수책위는 “이번 합병은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에 대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소액주주들과 국내 기관들도 반대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다. 지분 구도는 ‘백중세’라는 분석이다. 지분구도를 보면 작년말 기준 SK(주)가 SK이노베이션 지분 36.2%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이 24.9%, 외국인 20.9%, 기관이 14.3%를 보유하고 있다.

22일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0만6200원으로 지난 2021년 기록한 최고가 32만원 수준에서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67% 감소했다. 2차전지(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부진 때문이다. 지난 달 17일 합병 발표 이후에도 주가는 11.3%나 하락했다. 매수청구권 예정 가격(11만1943원)을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낮은 시장가치를 기반으로 합병가액이 산정돼 기업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했다. 합병비율(안)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신주 5500만주가 발행된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보통주 주식수가 58% 증가하면서 대규모 희석화(주식 가치 낮아짐)를 초래한다.

◆SK이노 주가 역사적 저점 = 서스틴베스트는 왜 하필 이 타이밍에 합병을 진행하는가를 꼬집었다. 서스틴베스트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을 따르고 있어 법적 이슈는 없다”면서도 “이사회 결의일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6으로 역사적 저점에 있고 상대가치 측면에서도 동종업체 PBR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합병가액이 산정되어 회사의 주식가치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또 “동일한 최대주주를 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의 합병과정에서 이해상충 이슈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산정되어 중장기적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과거 계열사 간 합병 등에서 일반주주 이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관점까지 고려하는 것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합병 필요성·비율 재심의 촉구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각자 이사회를 열어 일반주주 입장에서 합병 필요성과 합병비율을 재심의할 것을 촉구했다.

포럼은 “거버넌스 관점에서 이번 합병은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주) 일반주주가 ‘부자’인 SK E&S 재산 헐어서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가난한 SK이노베이션 메꿔주는 셈”이라며 “지배주주 입장에서 자산을 분할했다 붙였다 하는 나쁜 거버넌스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포럼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이사회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합병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또 SK이노베이션 합병 승인 주총에서 특별이해관계자이자 대주주인 SK㈜는 의결권 행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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