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제작사 인수’ 카카오엔터 김성수·이준호 불구속기소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배임 등 혐의
검찰 “실소유 숨기고 회사에 손해”
검찰이 드라마제작사를 고가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성수 전 대표와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22일 김 전 대표와 이 전 부문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배임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하던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해 회사에 319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 이 전 부문장은 319억원 이득을 봤고 김 전 대표는 12억5646만원을 수수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바람픽쳐스는 지난 2017년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뒤 3년간 별다른 매출이 없었다. 2019년에는 7억원 적자를 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2019년 4~9월 바람픽쳐스 인수를 위해 카카오엔터가 드라마 기획개발비와 대여금 명목으로 337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후 바람픽쳐스는 유명 작가와 감독을 영입했고 한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이 과정을 거친 바람픽쳐스는 결국 2020년 5월 카카오엔터에 인수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들이 외부 회계법인의 실사나 가치평가 없이 임의로 인수가액을 고가로 결정했다고 봤다. 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인수 과정에 제3의 업체를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는 이를 도와준 대가로 이 전 부문장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 등을 받아 사용하고 고가 미술품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구입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부문장은 드라마 기획개발비 명목으로 받은 금액 중 10억5000만원을 부동산 매입과 대출금 상환 등 개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 지난 2월과 3월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3월 영장 기각 사유는 ‘손실 발생 여부와 규모에 다툼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김 전 대표와 이 전 부문장측은 “본건은 회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망한 제작사에 이뤄진 투자”라며 “현재는 견조한 실적을 내는 우량한 제작사로 자리잡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