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사도광산’ 전범기업 상대 손배 승소
법원 “일제 침략전쟁에 적극 편승”
원고 9명 중 6명 유족 승소 판결
사도광산을 운영한 일제 전범기업에 강제로 끌려가 모진 구타와 노역으로 사망할 때까지 후유증을 겪은 피해자 유족들이 4년 8개월에 걸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합의11부(유상호 부장판사)는 27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상업씨의 유족 등 9명이 미쓰비시 머티리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전신은 미쓰비시 광업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현지에는 27개 사업장을, 한반도 전역에 탄광 37곳과 군수공장을 운영했던 전범 기업이었다.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돼 공분을 일으킨 군함도 하시마 탄광(2015년 등재), 사도광산(올해 등재)도 미쓰비시광업의 대표 사업장이었다. 다만 이번 소송 원고 중 사도광산 피해자는 없다.
재판부는 원고 중 6명에 대해서는 일본강제동원 피해를 인정해 일본 기업이 4명에게 각 1억원을, 1명에겐 7647만원, 1명에겐 1666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3명의 원고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일본의 핵심적인 기간 군수산업체의 지위에 있던 미쓰비시광업은 일본국 정부의 인력동원 정책에 적극 편승해 인력을 확충했다”며 “일본 정부는 한반도의 한국인들을 강제로 연행해 일본으로 보낸 후 구타, 감금 등 혹독한 처우를 하며 강제노동에 종사하도록 했다. 이는 심각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미쓰비시광업은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을 위해 침략전쟁을 수행하고자 하는 과거 일본국 정부에 적극 협력해 피해자들을 강제노동에 종사하도록 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0년 1월에 제기됐으나 소장부본 송달과 미쓰비시측의 잦은 기일변경 등으로 4년 8개월만에 선고됐다. 앞서 2018년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승소 판결 이후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제외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기업 대상 손해배상소송은 광주지법에 14건이 계류돼 있다. 이중 6건은 항소사건이고 8건은 1심 재판 중이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군함도와 사도광산 모두 미쓰비시광업이 운영한 사업장으로 일본측이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며 “법원이 미쓰비시 광업에 대해 사법적 단죄를 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