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2심 감형, 피해자들 반발
“대법서 범죄행위 엄벌해야”
인천지검 앞 상고 촉구 회견
“힘없고 돈없는 서민일 뿐인 제가, 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고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거라 착각했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하소연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회견을 갖고 일명 ‘건축왕’ 남 모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2심 재판부가 전세사기 주범인 남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감형한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세입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2심 재판부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법원은 전세사기 범죄 행위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항소1-2부(정우영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 등 공범 9명에게도 징역 4~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나 징역형(징역 8개월~1년 6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남씨의 사기 혐의 액수를 148억원 중에서 68억원만 인정했다. 이유는 재정악화 상황을 알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2022년 1월 이후에 받은 보증금만 사기죄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해당 시점 이후 같은 금액의 보증금으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한 경우는 보증금 수수 행위가 없어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것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사기 피해자 조 모씨는 “가해자들에게 관용만 베풀어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사기꾼을 위한 법인지 너무 억울하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피해 회복은 1도 이루어진 게 없다. 상고심에서 무도한 범죄자들에게 무거운 중형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상미 미추홀구 대책위원장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재정이 확실히 어려워져 일당이 회의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행위는 사기가 아니었다고 하니 법이 진짜 이런 것인지 상식과 너무 괴리되어 있는 것 같아 납득되지 않는다”며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남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나머지 474채 388억원대 전세사기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