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수사단계서 업체대표 잇따라 구속

2024-08-29 13:00:06 게재

법원 “안전 뒷순위, 혐의사실 중대”

검찰, 강력처벌 … 징역형 구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업체 대표가 수사기관의 수사단계에서 잇따라 구속됐다. 그간 재판에서 업체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에게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원지방법원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박 대표와 박 본부장에 대한 영장을 각각 발부했다.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 = 앞서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지난 23일 박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같은 날 “범죄 혐의와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파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수사 단계에서 업체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다. 박 본부장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수사 결과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 근로자를 제조 공정에 불법으로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전지가 폭발과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상구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됐고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있는 등 대피경로 확보에도 총체적 부실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9개월 새 3명 사망’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 구속=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박영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석포제련소에서 최근 9개월 사이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며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지우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이들의 범죄 혐의를 소명했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배 소장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이날 박 대표와 배 소장은 영장실질심사 전후로 취재진에게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6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졌으며, 근로자 3명이 상해를 입었다. 지난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산업재해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5명으로 파악됐다.

◆법원 실형선고 법정구속 2건 = 한편 지난달 21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1단독 류준우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강에스앤씨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는 시간과 비용에 안전이 뒷순위로 밀리면서 발생한 예견된 인재였다”고 판단했다. 이 형량은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3건의 사건 중 가장 높다.

앞서 한국제강 대표이사 B씨는 2022년 3월 기소돼 지난해 4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원청 대표이사가 구속된 첫 사례였다. 지난 4월에는 주식회사 엠텍 대표이사 C씨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강력 처벌을 위해 징역형 구형하고 있다. 검찰은 28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의 1명이 추락사한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계속된 원인이 결국은 그 최종 책임자와 사업자에게 있음을 확실히 선언하고 위에서부터 아래,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현장의 안전을 확립함으로써 재해를 예방하고자 제정됐다“면서 원청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서원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