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보험금 부정수급 보험설계사, ‘등록취소 정당’
법원 “보험사기 충분히 인정”
허위 영수증으로 홀인원 보험금을 지급받아 사기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보험설계사의 등록취소는 정당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보험설계사 등록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보험설계사인 A씨는 골프 경기 중 홀인원을 한 경우 1개월 이내에 발생한 축하 만찬 비용, 축하라운드 비용, 기념품 구입비 등 총 500만원의 한도로 홀인원 비용을 받을 수 있는 ‘홀인원 보험’에 가입했다. 가입자가 영수증을 제출하면 500만원 한도로 결제액을 보전해주는 상품이었다.
이후 A씨는 2014년 11월 충북 제천의 한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다. 그는 다음날 한 골프용품점에서 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곧바로 결제를 취소했다. 결제가 취소된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 500만원을 받아냈다. 이후 A씨는 ‘보험사기’ 혐의로 입건됐으나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금융위는 A씨에 대해 보험설계사 등록을 취소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어차피 홀인원 비용으로 500만원 넘게 지출할 예정이었는데, 개별 결제마다 영수증을 내기 번거로워 일단 500만원을 결제하고 이를 취소한 후 그 취소된 영수증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실제로 홀인원을 한 날로부터 1달 이내에 홀인원 비용으로 866만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보험사기 행위가 성립한다고 봐 금융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결제 취소된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을 받은 행위가 보험사기에 해당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보험업에 종사하면서 알게 된 실손 보험제도의 취약성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피해 보험사에 피해금을 일부 변제하고 합의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보험설계사 등록이 취소되어도 2년 후에 다시 보험설계사 등록이 가능한 점 등을 감안하면 설계사 등록취소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