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코인) 거래와 관련해 KB국민은행의 인적·물적 조직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이고 있다. 특정금융거래법 시행령이 지난 6월말 개정된 이후 FIU가 시중은행에 대해 처음으로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FIU는 지난달 28일 KB국민은행에 검사 인력을 보내 코인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조직과 시설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국내 코인거래소 중 2위 업체인 빗썸은 지난달 국민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는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FIU에 은행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빗썸은 2018년부터 NH농협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번에 은행을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빗썸의 은행 교체는 상대적으로 고령층 선호가 높은 농협은행 보다는 코인 투자가 활발한 젊은 층 고객을 위해 국민은행과 제휴를 맺는 게 점유율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가 강한 농협은행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트레블룰(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제공 기준) 등의 규제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IU 내부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제휴 은행을 변경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3월 빗썸과 국민은행이 계약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자산 1위인 국민은행이 농협은행보다 규제 수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면서 FIU는 국민은행에 대한 실사 후 변경 수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신설된 특정금융거래법 시행령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개시할 수 있는 금융회사 등의 범위 제한과 관련해 ‘가상자산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인력 및 그 방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산설비 등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정해 고시하는 물적 시설을 갖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은행을 실사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법적 권한이 명확해진 것이다. FIU 관계자는 “현재 어떠한 입장도 정해진 게 없으며 현장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수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코인거래소의 시장점유율은 업비트가 약 70%, 빗썸이 20%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