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령 ‘공정 과세’ 지킬까

2024-10-11 13:00:15 게재

“금투세 실패하면 앞으로 증세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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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층에서도 폐지(24%)와 유예(34%)가 ‘시행’(23%)을 앞섰다.(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민주당 모 의원은 “민주당이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조세저항을 강화시켰다”면서 “이미 법은 만들어져 있어 그대로 놔두면 시행되는 것을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1400만 주식투자자 폭망’ 프레임에 걸린 셈”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폐지’ 목소리가 ‘유예’를 넘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폐지’쪽으로 지지층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해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민주당이 스스로 만든 법안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쪽으로 흘러가면 앞으로 민주당이 고수해왔던 정체성이나 방향은 크게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강령 ‘조세정의의 확립’을 통해 “금융세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 하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과세기반을 구축하여, 자산불평등을 완화한다”고 명시해놨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담은 법안을 내놓았다. 이는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이번 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심의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위임받은 민주당 지도부는 유예와 폐지 의견이 많은 가운데 이달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결정은 향후 증세에 대한 방향성과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표심’을 의식해 유예나 폐지 쪽에 가닥을 잡을 경우 앞으로 조세저항이 더욱 강해지면서 ‘포퓰리즘’ 과세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은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부자감세를 비판하며 공정과세 원칙을 주장해 왔는데 정작 과세 대상자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세를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과세가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정부에서 만든 과세 제도를 민주당이 계속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폐기와 같고 그 대가는 중산층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나 폐지가 ‘어떤 이익단체나 강하게 거부하면 과세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앞으로 증세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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