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격화에 금감원 조사·심사 착수

2024-10-16 13:00:02 게재

지나친 경쟁 ‘기업에 도움 안되고 주주가치 훼손’ 판단

‘불공정거래·회계부정 의혹’ 조준하면서 과열 억제 나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15일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과도한 경쟁에 대한 경고 차원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5일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감원은 이번 경영권 분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분쟁에 따른 회사의 손실, 주주들이 입게 될 피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임원회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공시 이전에 공개매수가 보다 고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라든지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과장’ 되었다고 주장하는 등의 풍문 유포 행위와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 등 상대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온 이후에도 양측의 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금감원은 1주일 만에 회계심사 카드를 뽑아들었다.

이 원장이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개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한 이후 내려진 조치다.

금감원은 그동안 모니터링을 통해 고려아연과 영풍, 양측의 회계 관련 의심스런 정황을 포착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투자 손실이 발생한 부분이 제대로 재무제표에 반영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영풍의 경우 재무제표 주석에 명시된 소송 관련 내용들이 충당부채에 반영됐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불공정거래 혐의와 회계부정 혐의가 특정돼서 제재와 형사처벌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불공정거래 의혹 조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회계심사의 경우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120일 이내에 끝낸다는 방침을 정해서 늦어도 4개월 안에는 회계감리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회계감리 전환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회계감리 이후 제재절차에 들어가기 전까지 혐의를 확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공정거래 조사 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또 조사·심사 결과가 양측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제재가 확정되기 이전에 섣불리 어느 한쪽의 문제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도 금감원으로서는 부담이 크다. 결국 조사·심사에 따른 제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적인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의 조치를 과열 억제 측면에서 ‘경고성 메시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개매수신고서 미제출 등 공개매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의결권제한과 주식매각명령이 가능하지만 불공정거래는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만 할 수 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전문가인 한 교수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재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동안 드러난 내용만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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