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문제 유출’ 서울경찰청서 직접 수사
연세대 ‘문제지 촬영’ 고발 … 수험생들 집단소송 예고
최근 연세대에서 발생한 대입 논술 문제 유출 관련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이 직접 수사한다.
17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서울 서대문경찰서로부터)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15일 대학측의 고발이 접수됐고 16일 이 내용을 정리해 다시 고소장으로 접수한 걸로 안다”며 “신속하게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논술문제 유출 사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자 문책 등을 지시하는 등 관심을 보인 사안이라 경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 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책임자는 철저히 문책하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히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수사 의뢰 방침을 밝혔고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며 “(교육부) 감사보다는 수사가 (사실관계 파악에는)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15일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지 등을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중 2건은 각각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수험생이 올린 것으로 게시자 신원이 특정된 상태다. 이어 16일에는 시험 전반의 공정성을 입증해달라며 경찰에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추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연세대학교 논술 집단소송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학교 측이 의미없는 해결책을 내놓음에 따라 자연계열 수리논술 재시험을 위한 집단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글과 함께 수험생·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가 적혀 있다.
집단소송을 추진하는 20대 A씨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수험생과 학부모는 60명가량이라고 전했다. A씨는 자신은 올해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봤다고 주장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A씨는 “현재 (소송을 진행할) 변호사를 내부적으로는 선정했고 참여 인원들의 동의 과정을 통해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소송은 변호사 선임 후 최대한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연세대의 경우 수능 최저 기준도 없고 내신 반영도 되지 않아 ‘올인’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학교측이 이렇게 대응하면 학생들은 억울하게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며 소송 추진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선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문제 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험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험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공유됐다. 시험 당시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별개로 자연계열 논술시험 중 4-2번 문항에서는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학교측이 시험 종료 30분 전에 이를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하는 일도 발생했다.
연세대는 사흘 만인 지난 15일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시험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방지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선 대학이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세대는 이번 논술시험에서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유출돼 입시의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세대에 따르면 올해 논술전형에는 자연계열 9667명, 인문계열 6649명이 응시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