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배수’ 이웃간 다툼 형사조정으로 해결

2024-11-01 10:44:16 게재

대검, 형사조정 3분기 우수사례 4건 선정

상습 침수지역의 빗물 배수 문제로 시작해 자녀들 간 폭력 사건으로 이어진 이웃간 다툼이 검찰 형사조정 제도를 통해 해결됐다.

대검찰청은 대구지검 의성지청 사례를 포함한 총 4건을 올해 3분기 형사조정 우수사례로 선정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형사조정제도는 재산범죄 고소사건(사기, 횡령, 배임 등)과 소년, 의료, 명예훼손 등 민사 분쟁 성격의 형사사건에 대하여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화해에 이를 수 있도록 지역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갈등 해소를 통한 관계 회복과 민·형사상 법적 분쟁의 조기 종결로 당사자들의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성지청은 빗물 배수 문제가 자녀들의 다툼으로 번진 폭력 사건을 형사조정을 통해 해결했다.

상습 침수지역에 거주하는 A씨는 C씨의 집 지붕 물받이에 고인 빗물이 B씨의 집 방향으로 흐르도록 했다. 이에 B씨의 딸이 A씨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되어 쌍방 폭행하고, B씨의 딸이 현장에 함께 있던 A씨의 딸과 외손자까지 폭행했다.

1차 형사조정에서 금액 합의가 이뤄졌으나 조정위원들은 비가 올 때마다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차 현장조정을 실시했다.

조정위원들은 현장에서 배수 흐름을 살피고 자연적인 배수 방법을 찾아내 A씨와 B씨 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지검은 보청기 수리비를 물어내라며 서로를 폭행한 80대 농촌 주민들의 갈등을 형사조정으로 해소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85세의 농촌 마을 이웃인 D씨와 F씨는 지난해 9월부터 갈등을 겪어 왔다. D씨는 아내의 보청기를 F씨가 파손했다는 이유로 F씨를 때려 타박상을 입혔다. 3개월 뒤에는 보청기 수리비를 주지 않는다며 F씨를 또다시 때렸다.

F씨는 지난 5월 경찰 대질 조사 중 D씨 아내를 폭행했고, 9월에는 쓰레기 집게로 D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고령으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고, 장기간 다툼이 이어지면서 동창 사이인 자녀들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다.

조정위원이 현장을 찾아 마을 이장과 함께 당사자들과 자녀들을 설득한 끝에 화해를 끌어낼 수 있었다. 자녀들은 서로 사과하고 더 이상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고, 마을 주민들도 이웃을 잘 돌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서울서부지검은 슈퍼마켓에서 주류를 훔친 청각장애인 피의자에게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를 지원했다. 분리조정을 실시해 피의자에게서 반성과 재발방지 다짐을 받았고, 피해자에게는 피의자의 어려운 경제 사정과 사과 뜻을 전달하며 설득해 조정을 성립시켰다.

또한 중상해 교통사고 사건에서 합의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피의자의 운전자보험 약관을 분석해 보험한도액 범위 안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설득한 전주지검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한편 검찰의 형사조정제도를 이용하려면 전국 각 검찰청 담당검사나 피해자지원실(1577-2584)에 문의하면 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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