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선거베팅 대신 현금 보유
대선 초접전 양상에 관망 “지금 필요한 건 인내심”
미국 대선이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월가 투자자들이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일각에선 월가가 트럼프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실제 증시에 돈을 투자하는지를 살피면 상황은 잠잠하다”며 “이번 대선이 초접전이어서 예측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크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감히 베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가 트레이더들은 향후 큰 변동성을 예상하고 있다. 선거결과 이후에도 개표와 관련한 논란이 수주 또는 수개월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가 최근 4거래일에서 20포인트 위로 상승한 이유다. 이는 증시 스트레스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수준이다.
‘웰스얼라이언스’ 대표 에릭 다이튼은 “우리는 선거 결과에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동전던지기와 마찬가지의 확률이기 때문”이라며 “베팅을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존스트레이딩’ 주식트레이더 겸 거시전략가인 데이브 럿츠는 “과거 여론조사들은 너무 많이 틀렸다”며 “누가 이기는지 예측하는 데 별 다른 유리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건 대선뿐 아니다. 7일(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의 금리결정이 예정돼 있다. 또 엔비디아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럿츠 전략가는 “선거에 베팅하기보다 현금을 확보하는 것을 추천한다. 승자가 결정된 뒤 개별주식 또는 개별섹터에서 단기적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이때 투자할 현금이 필요하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정확히 이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랭크샤인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로버트 샤인은 “평소 자산의 5% 정도 현금을 보유하는데 이번 대선 기간엔 10%로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시장은 초조한 모습이다. S&P500 지수는 역대 최고치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동시에 변동성지수도 20포인트를 넘었다. S&P가 공포지수 상승과 함께 역대 최고치를 찍은 마지막 때는 2021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 델타 변종이 퍼졌던 시기다.
기업 경영자들 역시 증시투자를 꺼리고 있다. 지난달 자사주를 매수한 미국 기업경영자들은 단 261명에 그쳤다. 2017년 이후 최소치다. 그리고 내부자 주식 매수매도 비율은 2021년 봄 이후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잭스투자운용’의 고객포트폴리오매니저 브라이언 멀버리는 “금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올해말까지 변동성이 계속 고조될 것”이라며 “따라서 보다 보수적인 접근법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월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인내심을 갖는 것”이라고 전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캇’의 최고 투자전략가 마크 루치니는 “좀더 예측이 쉬운 선거였다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이익을 얻을 만한 게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이처럼 초접전 선거에서는 결과를 주시하기보다, 거시경제적 조건들이 향후 6~18개월 뒤 어떤 모습일지를 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