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 수사 마무리
경찰 ‘품질검사 조작’ 박순관 대표 등 12명 송치 … 장례절차도 모두 끝나
군납용 전지에 대한 품질검사 과정에서 시험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받아온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관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4일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업무방해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박 대표와 아리셀 관계자 등 총 12명을 지난 1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아리셀 관계자 3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했다.
박 대표 등은 아리셀이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국방기술품질원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관계자들이 별도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꿔 통과토록 하는 수법 등으로 47억원 상당을 군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경찰은 박 대표가 범행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으나 압수물 분석 등 수사를 거쳐 박 대표가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대화를 나눈 증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이들이 휴대전화 메신저로 품질검사 조작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과 관련해 2017~2018년 국방부에 82억원 상당의 전지를 납품할 당시 군의 품질검사를 조작해 군납한 혐의로 지난달 25일 에스코넥 관계자 7명(1명 구속)을 검찰에 넘겼다.
다만, 경찰은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 관련 군납 비리 혐의에서는 박 대표를 제외했다.
그동안 경찰은 박 대표가 에스코넥의 이 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 들여다봤다. 하지만 주요 피의자 A씨가 지난달 16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방법원에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참석에 앞서 법원에서 이들 3명을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A씨가 약속 장소인 법원에 나오지 않은 데다 연락조차 두절되자 소재 확인에 나섰다가 자택에서 숨진 그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여러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아리셀의 품질검사 조작 혐의와 관련해 박 대표가 관여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보고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품질검사 조작 혐의에 대해 업체 최윗선인 박 대표까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은 지난 6월 24일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 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기 화성시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의 장례 절차가 3일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6월 24일 참사가 발생한 지 133일 만이다.
이에 따라 김동연 경기지사는 4일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요 실국장들과 경기도청사에 마련된 아리셀 화재 사고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그동안 경기도는 ‘24시간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부상자들의 생활안정, 외국인 희생자들의 유족을 위한 항공편, 체재비를 지원해 왔다.
또 유사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도내 리튬 취급사업장과 폐배터리 재활용업체를 대상으로 긴급점검도 실시했다.
참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물리적인 여건을 고려해 어제 자로 장례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며 “이와는 별개로 대책위는 에스코넥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에 나설 때까지 유족들과 협업하며 단체행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