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시신’ 북한강 유기 군 장교, 영장심사
피해자 행세 등 완전범죄 시도 정황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에 대한 영장심사가 진행된다.
춘천지방법원은 5일 오전 11시부터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30대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피해자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9시 40분쯤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2일 오후 2시 45분쯤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앞 북한강에서 시신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주민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지문 감식과 디옥시리보핵산(DNA) 감정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분석·피해자 가족 탐문 끝에 A씨를 특정, 3일 오후 7시 12분쯤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도에서 긴급체포했다.
조사결과 A씨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으로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다. B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A씨가 ‘완전범죄’를 꾀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6일 시신을 유기한 다음날 B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에 남은 근무 일수에 대해 ‘휴가 처리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10월 말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B씨에게는 사나흘 가량 근무 일수가 남아 있었다. 무단결근 시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A씨가 B씨 행세를 한 것이다.
A씨는 또 B씨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심지어 B씨의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경찰은 지난 3일 A씨를 체포하면서 일원역 인근 배수로에 버린 B씨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다만 휴대전화가 심하게 부서져 있어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복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A씨는 시신 훼손과 유기 과정에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혈흔 등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시신 훼손 장소를 부대 인근 철거 예정 건물로 정했다. 또 직접 준비한 도구를 사용했다. 경찰이 A씨의 검거 이후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된 상태였다.
시신을 유기할 때는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편 경찰은 두 사람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며 친하게 지내왔던 사이였으나 최근에 갈등이 있어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연합뉴스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