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해상공급망 긴장
탈탄소 해운·조선도 혼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언한 관세 폭탄이 세계 해상공급망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수출입 화주들이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한 관세 부과 정책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약한 바 있다. 멕시코산 모든 수입품에는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로이터는 공약이 현실화되면 트럼프 관세계획이 미국의 수입 관세율을 1930년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며 미·중 무역을 붕괴시키고 보복을 이끌어내 공급망을 대폭 재편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 견해를 전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도 7일 “관세 인상에 대응해 미리 수입하고 수출하면 단기적으로는 해상운임이 오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무역이 위축될 수 있다”며 “중국이 고율관세를 피해 우회수출하면 해상운송 톤마일은 늘어나겠지만 전체 교역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홍콩에 본사를 둔 M.A.D. 가구디자인 공동 설립자 매트 콜은 미국 미니애폴리스 창고에서 “선거 후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 중국산 현대식 의자, 테이블, 조명 출하량을 50%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앤벨라의 공동 창립자 지미 졸로는 “주문량을 2배로 늘렸다”며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우리는 1월 29일 중국 춘절 전에 상품이 도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춘절 기간 2~4주 휴가를 진행하고, 작업이 재개되면 졸로와 같은 중소기업 주문은 종종 뒤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2017~2021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철강 세탁기 태양광패널 등 중국산 소비재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미국 수입업체들은 관세 부과를 앞두고 상품을 미리 들여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2기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공약처럼 시행되면 당시보다 더 많은 상품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 기업들이 조기 수입 전략을 반복하면 미국 항구가 혼잡에 빠질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일부 화주들은 이런 대응방식도 주저하고 있다. 덴버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유럽에서 만든 화장용(장례) 항아리를 판매하는 오크트리 메모리얼 공동 설립자 맥스 렘퍼-타바츠키는 “관세 공약에 대비해 미리 수입하는데 자본을 투입하는 대신 관망하기로 했다”며 “공약과 실제 정책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희성 한국해양대 해운금융대학원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도 변화하면서 해운·조선업계의 탈탄소 대응도 변화할 수 있다”며 “LNG나 LPG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해상운송과 선박건조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계획까지 영향을 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