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청소년 4700여명 검거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
1인당 평균 도박금 78만원
경찰, 단속기간 1년 더 연장
지난 1년간 청소년 사이버도박을 단속한 경찰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특별단속을 1년 연장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청소년 대상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19세 미만 청소년 4715명을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구속된 청소년은 없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에서 9971명이 검거됐는데, 이 중 청소년이 절반(47.2%)이나 됐다.
그동안 경찰은 매년 불법 사이버도박을 집중 단속해 사이트 운영자와 고액·상습 도박 행위자 위주로 검거해왔다. 그러나 청소년 도박 중독의 폐해 심각성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시도청 사이버수사대 중심으로 ‘청소년 대상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직전 단속기간(2022년 9월~2023년 9월)의 162명보다 무려 2784% 늘어난 4672명의 청소년이 검거됐다. 이는 사이트 운영자 등을 제외한 도박 행위자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이들을 연령별로 보면 17세(1763명·38%)가 가장 많았다. 이어 16세(1241명·26%), 18세(899명·19%), 15세(560명·12%), 14세(206명·4%)가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인 9세(1명)를 비롯해 12세(8명·0.2%), 13세(37명·0.8%)도 있었다.
청소년이 주로 하는 도박은 카지노(3893명·82.6%)로, 이 가운데 바카라(3227명)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슬롯머신·블랙잭 등(666명)도 많이 했다. 스포츠 도박(535명·11%), 캐주얼게임(287명·6%)에 손을 댄 청소년도 있었다.
성별로는 남학생(4595명)이 여학생(12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찰이 파악한 청소년 도박 금액은 총 37억원으로, 1인당 평균 78만원이었다. 16세 남학생 한 명이 최고 1억9000만원을 걸고 바카라를 한 사례도 있었다.
유인 경로를 보면 호기심(42.7%)에 시작한 경우가 많았고, 친구 소개(33.6%), 온·오프라인 광고(19.8%), 금전 욕심(3.9%) 순이었다.
경찰은 도박 행위를 한 청소년을 일선 경찰서에 설치된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범행 정도에 따라 훈방·즉결심판 청구 또는 송치를 하고 있다. 또 회복 기회를 주기 위해 당사자·학부모 동의 전제로 입건 여부를 불문하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한 치유 및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검거 인원 4715명 중 1733명(37%)이 전문상담기관으로 연계됐다.
경찰은 경찰청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노력에도 청소년 도박이 감소하지 않고 있어 특별단속을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 주 단속대상은 해외 도박사이트 및 청소년 유인 사이트 운영자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방송 플랫폼 등을 통한 광고 등이다.
아울러 사이버 수사관들로 구성된 ‘사이버 범죄 예방 강사’를 통해 학생 대상 도박 예방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정보통신(IT)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사이버도박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청소년들의 도박사이트 유입 차단을 위해서는, 경찰의 특별단속과 함께 국내에서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외 인터넷사업자의 적극적인 자진삭제 등 자정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특별단속 기간 청소년을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 검거한 9971명 가운데 267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운영조직은 297개로, 도박 범죄 수익금 총 1260억원을 보전했다.
경기북부청은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UAE) 경찰과 공조로 6년간 5000억원 규모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피의자 2명을 검거해 국내 송환하기도 했다. 또 경남청은 2022년부터 스포츠도박 사이트(1100억원 규모)를 운영해온 피의자 1명을 경남청 사이버수사관과 베트남 경찰 간 합동으로 현지 검거해 지난 8월 국내로 송환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