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제조업·부동산업 한계기업 2배 가량 늘어

2024-11-12 13:00:04 게재

자동차·트레일러·기계장비 제조분야 급증 … “정상화 가능성 낮아”

구조조정 필요성 커져, 정부·채권은행 주도에서 시장 중심 전환 필요

기업구조혁신펀드, 130개 기업에 약 4.5조 투자 … 추가로 4조 조성

경기 부진과 금리 인상에 따라 벌어들인 영업활동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제조업과 부동산업 등에서 지난 10년간 한계기업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삼정KPMG에서 분석한 ‘기업구조조정 시장 최근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분야 한계기업은 1099개로 2013년(473개) 대비 132.3% 증가했다. 부동산업은 460개로 2013년(247개) 대비 86.2% 늘었다. 분석 대상은 외부감사를 받는 업력 10년 이상인 1만9647개 기업이다. 한계기업은 3년 이상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미만인 좀비기업을 말한다.

전체 한계기업에서 제조업 분야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32.0%에서 지난해 41.5%로 9.5%p 늘었다. 전체 한계기업에서 부동산 분야 한계기업들의 비중은 17.4%로 2013년 대비 0.7%p 증가했다.

지난해 1만9647개 외부감사 기업 중 13.7%에 달하는 2693개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각 산업 내에서 한계기업 비중을 보면 교육서비스업이 33.3%로 가장 높고, 부동산업(32.7%), 숙박 및 음식점업(30.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한계기업 중 41.5%는 제조업= 전체 한계기업수에서 41.5%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우 자동차 트레일러·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전자부품·전기장비 분야에서 한계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의 경우 한계기업이 140개로 가장 많고,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이 139개,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이 131개로 그 뒤를 이었다. 2013년과 비교해 각각 145.6%, 231.0%, 101.5% 증가했다.

또 부가가치가 낮거나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하는 섬유·인쇄 및 기록 매체 복제업, 고무 제조업 등에서 한계기업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7일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양진혁 삼정KPMG 전무는 “지난 10년간 제조업 내 한계기업수가 크게 증가했고, 제조업·도매 및 소매업·부동산업 한계기업이 전체 대비 60%에 육박한다”며 “재무취약기업의 경우, 재무취약상태 장기화로 한계상태에 진입하며 정상화 가능성이 크게 저하된다”고 말했다.

한계기업이 늘면서 법원에 회생과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들도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699건이던 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1657건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회생 신청은 878건에서 1024건으로 증가했다.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 한계, 부실기업 선정비율 낮아져 =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와 채권은행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매년 채권은행을 통해 기업신용위험평가는 실시하고 있으며 평가결과에 따라 부실징후 기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평가 대상 기업이 늘고 있는 것에 비해 선정비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세부평가 대상 기업은 3578개로 2013년(2210개)에 비해 82.7% 증가했다. 평가결과에 따라 선정된 부실징후기업은 지난해 231개로 2013년(159개) 대비 45.3% 늘었다. 하지만 평가대상 기업 수 대비 부실징후기업 비중은 지난해 6.5%로 2013년(7.2%) 보다 하락했다.

양 전무는 “기업 구조조정 시장은 정부·채권은행 주도에서 사모펀드(PEF) 중심의 시장 주도적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기업구조혁신펀드가 기업구조조정 마중물로 역할을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정책자금을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유치하고,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정책펀드다. 정부와 시중은행, 정책금융기관 등이 출자해 모펀드를 조성하고 비슷한 규모로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매칭펀드 구조다.

한국성장금융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1~3차 펀드에 약 5조원이 조성됐다. 이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4~5차 펀드로 2조원을 추가로 조성했다. 캠코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조원씩 펀드를 조성하는 등 2027년까지 총 4조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성장금융은 1~3차 펀드를 통해 130개 기업에 약 4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구조조정 투자비율(투자금액 기준)이 90% 가량되며 중소기업 비중(기업수)이 약 71%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서진산업과 명신산업, 조선분야는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한조선, 철강 분야는 KG스탈(옛 동부제출), 넥스틸 등이 대표적 투자처다.

명신산업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판매 부진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으면서 주거래처인 테슬라 수주 물량에 대응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기업구조혁신펀드 투자 이후 운전자본을 확충했고, 이후 테슬라 매출이 크게 상승하면서 2020년 12월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펀드 투자자들은 모펀드 원금 대비 3.97배 가량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넥스틸에 투자해 모펀드 원금 대비 1.69배를 회수했고, 마이리얼트립에 투자해 1.16배를 회수하는 등 성공적인 투자 사례가 나오고 있다.

양 전무는 “PEF는 기존 정부 주도 및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사전적 구조조정을 수행하며 전략적 투자자(SI)와 공동투자 및 론(loan) 투자를 통해 구조조정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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