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든 단일대오 ‘게시판 글’로 위태
여당 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 700여건
한동훈 대표 가족들 명의 글 진위가 논란 초점
친한과 친윤이 특별감찰관·김 여사 특검법 처리를 놓고 어렵사리 단일대오를 형성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해 단일대오를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수백 건 올라온 것. 친한에서는 “당사자들이 올린 글이 아니다”고 부인하지만 친윤에서는 “철저히 조사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진위 여부에 따라 여당이 또다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다.
여당 당원게시판에는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장인, 장모, 모친, 부인) 명의로 된 윤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고 한다. 이중 한 대표 명의글은 ‘동명이인’으로 확인됐다는 게 한 대표측 설명. 한 대표와 이름이 같은 제3의 당원이 올린 글이라는 것이다.
논란의 초점은 한 대표 가족 명의 글로 맞춰지는 모습이다. 친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13일 SNS를 통해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글이 756개에 달한다고 주장한 뒤 “한 대표측은 당원게시판의 한동훈이 1973년생이 아니라는 해명을 했다. 그런데 왜 당원게시판의 (한 대표 부인) 진 모가 1975년생이 아니라는 해명은 못하냐”며 의문을 증폭시켰다.
한 대표측은 당무감사를 통해 진상규명 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정당법 제24조 등에 따라 범죄에 의한 영장, 재판상 요구, 선거관리위원회 확인이 아니면 정당 당원의 신상을 열람,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한 대표 가족 명의 글을 겨냥한 의구심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윤 인사는 “한 대표 가족들과 동명이인인 당원들이 수백 건의 글을 올렸다는 건 설득력이 없지 않냐”며 “한 대표의 도덕성이 걸린 문제다. 명쾌하게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한에서는 게시판 논란에 대해 “어렵게 만들어진 당내 결속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친다. 친한 인사는 “경찰에서 수사한다니까, 그걸 기다리면 될 일”이라며 “이걸 굳이 (당내 감사를 통해) 파헤친다면, 사실 뭐가 나올지 모른다. 어느 쪽을 망라하고…”라고 말했다. 친한뿐 아니라 친윤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