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상업용 부동산’ 간접투자 2천조원…위험 확산 우려

2024-11-15 13:00:06 게재

ECB “투자구조 복잡, 금융시스템 전반 확대 위험성 내포”

대형 부동산펀드 중심으로 비중 높은 국가 위험관리 필요

유럽중앙은행(ECB)이 상업용 부동산(CRE) 하락에 따라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 위험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내 부동산펀드 등이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정확한 위험 평가와 함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프랑크푸르트 사무소는 최근 업무정보를 통해 ECB가 분석한 ‘유로존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 및 위험’에 대해 보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유로존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해 간접 투자 위험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ECB 본부 건물. 사진 로이터·연합

ECB는 상업용 부동산 간접투자와 관련해 “투자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향후 상업용 부동산발 쇼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말 간접투자는 부동산개발회사 4880억유로(한화 약 722조원), 펀드 9103억유로(1351조원), 신탁 1160억유로(171조원)에 대한 주식·지분 등으로 전체 규모는 1조4000억유로(2072조원)에 달한다.

부동산개발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는 부동산펀드(1460억유로)와 보험 및 연금펀드(920억유로) 등이 주로 투자했다. 부동산펀드 투자에는 보험 및 연금펀드(3190억유로), 또 다른 부동산펀드(900억유로) 등이, 부동산신탁은 해외투자자(570억유로) 등이 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ECB는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펀드의 경우 유동성 불일치, 해외투자 익스포저 등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 은행 등 채권자, 간접 투자자 간 연결구조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발 쇼크의 불확실성과 위험증폭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펀드가 차지하는 비중과 최근 성장세 등에 비춰볼 때 특히 유동성 불일치 등에 다른 시장위험 증폭 가능성을 우려했다. 유로존에서 부동산 펀드 규모는 최근 10년간 3배 가량 증가했다. 펀드에 대한 환매수요가 집중될 경우 급박한 자산매각으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과 펀드 수익률 하락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ECB는 대형 부동산펀드를 중심으로 해외투자와 상업용 부동산 투자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우 집중 투자에 다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관리자산 중 해외투자비율이 룩셈부르크는 100%, 독일은 60%에 달한다. 관리자산 중 상업용 부동산 투자비율은 프랑스가 70%로 가장 높고 독일도 50% 가량 된다.

지난해말 유로존 내 상업용부동산 가격은 2조7000억유로(3997조원) 수준이며 소유 주체별로는 부동산개발회사(1조910억유로), 부동산펀드(5260억유로), 부동산신탁(2260억유로), 보험및연금펀드(1080억유로) 순이다.

ECB는 상업용 부동산 관련한 은행권 대출 익스포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말 유로존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 잔액은 1조2500억유로(부동산개발회사 1조1000억유로, 부동산펀드 1210억유로, 부동산신탁 230억유로) 수준이다. 대출규모는 유로존 은행자산의 6% 수준이고 담보비중은 7.5% 정도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하락 등이 유로존 은행의 건전성에 큰 위험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ECB는 “유로존 상업용 부동산은 금리상승, 재택근무 활성화 등 구조적 영향으로 명백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초자료 부족으로 전체적인 위험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며 “첫 단계로 상업용 부동산 소유구조, 은행 대출 및 간접투자 등에 대해 전반적인 분석을 실시하고, 향후 이를 더욱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올해 3월말 기준 57조원이다. 57조원 중 단일 사업장인 35조1000억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손실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지만, 펀드에서 투자한 복수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확한 손실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동경사무소에서 보고한 업무정보에 따르면 9월말 기준 도쿄지역 및 나고야의 공실률은 전분기말 대비 각각 0.54%p 및 0.57%p 하락했고, 오사카는 0.06%p 소폭 상승했다. 도쿄의 공실률은 지난해 9월(6.15%) 이후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임대료는 전분기말 대비 도쿄(0.74%), 오사카(0.11%), 나고야(0.74%) 등 주요 3개 도시의 경우 소폭 올랐다.

다만 일본도 해외 부동산 시장의 악화가 일본에 유입된 외국투자 자금의 회수와 연결될 수 있어서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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