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호지슨 교수팀, 블랙홀 제트 방향과 은하형태 관계 규명

2024-11-17 11:09:11 게재

네이처천문학에 논문 게재

세종대학교 물리천문학과 제프레이 호지슨 교수 연구팀이 은하 중심에 자리 잡은 거대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의 방향과 은하의 형태가 깊게 관련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종대는 호지슨 교수의 이 같은 연구가 천문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고 16일 밝혔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하는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수 배 혹은 수십 배 정도의 아담한 블랙홀로부터 태양보다 수십억 배의 질량을 갖는 거대한 질량의 블랙홀들이 있다. 블랙홀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해, 블랙홀을 구별할 수 있는 물리량은 질량과 자전 각속도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거대한 질량의 블랙홀들은 은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블랙홀이라도 수천억 개의 별의 집단인 은하에 견주면 그 존재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은하가 갓 형성되었거나 혹은 근처에 있는 은하와 병합을 하여 거대한 블랙홀 주변에 풍부한 가스가 있으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이들 가스는 거대 질량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거의 빛의 속력에 다다르는 격렬한 운동을 일으키면서 강착 원반을 이루고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뿜어내거나 혹은 강착 원반에 수직인 방향으로 빛의 속력에 버금가는 빠르기로 강력한 물질분출이 나타난다.

이러한 천체를 ‘퀘이사’라고 부르며 은하의 핵인 ‘퀘이사’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그 핵을 품고 있는 은하를 이루는 수천억개의 별 전체가 내는 광량의 수백 배에 이른다. 이처럼 밝은 퀘이사에서 방출된 빛은 수십억 혹은 수백억 광년의 은하간 공간을 가로질러 지구에 도달하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은하간 공간의 물질들의 구성과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 데에 ‘퀘이사’를 중요하게 사용한다.

‘퀘이사’는 은하의 형성과 진화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관측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여러 전파 망원경을 동시에 사용해 직경 수천 킬로미터의 망원경처럼 활용할 수 있는 관측 기법인 초장기선 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VLBI) 관측법을 써서 5000여 개의 ‘퀘이사’에 대해 거대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의 방향을 결정했다. VLBI 관측법은 가장 높은 공간 분해능을 갖는 관측 방법이며,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 은하인 M87의 거대 블랙홀 영상을 촬영한 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팀도 이 관측 방법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퀘이사 제트’의 방향이 ‘퀘이사’를 품고 있는 은하의 형태를 결정하는 축 방향과 정렬돼 있다는 사실을 통계학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는 다비드 페르난데스 길로 스페인에서 세종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와 물리천문학과 호지슨 교수와 벤저민 루일리예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호지슨 교수는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거대 블랙홀의 활동이 은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제시해 현대 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인 은하 형성과 진화 규명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대 관계자는 “은하 전체 질량의 0.1퍼센트 안팎의 거대 블랙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제트의 방향이 은하 전체의 형태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은 은하 중심의 거대 질량 블랙홀이 은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암시한다”면서 “최첨단 관측 기법을 적용해 은하 진화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고 설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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