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미사일 봉인 해제
사거리 300km ATACMS 러 본토 공격 가능 … 독될지 약될지 미지수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사거리가 약 190마일(300km)에 이르는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사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NYT는 복수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해당 미사일이 초기에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에이태큼스가 근본적으로 전황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북한에 ‘더 이상 병력을 보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공세 이후 방어를 돕기 위해 사거리 약 50마일(약 80km)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으로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에이태큼스에 대해서는 계속 사용 불허방침을 고수해 오다가 이번에 정책 변경을 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155마일(약 250km)인 스톰섀도와 스칼프(SCALP) 미사일을 지원했지만, 미국이 먼저 에이태큼스 사용을 허가하기 전에는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을 꺼려왔다. 러시아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간접적인 전쟁을 치르는 것과 직접적인 보복 공격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는 공공연히 3차 대전이나 핵전쟁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태도가 바뀐 것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전격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탈환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과도 맞물려 있다. 이 작전에 북한군을 포함한 약 5만명의 병력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미국과 서방 동맹들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휴전협상 등 퇴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당지역을 점령한 상태로 휴전협상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가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돌려주는 대가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을 일부나 전부 되돌려 받는 협상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북한군 파병과 무기지원까지 받은 러시아는 조만간 쿠르스크 탈환 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만약 쿠르스크까지 러시아가 되찾는다면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해 온 미국과 서방의 리더십과 체면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실질적인 이해득실에서도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면 명분이라도 그럴듯하게 포장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내년 초에 취임할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에 현 바이든 행정부와 서방진영은 서둘러 전리품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게 되는 확전 위험은 물론이고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급하게 정책변경을 시도한 것은 그만큼 어렵고 엄중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단서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변경으로 집결한 러시아와 북한 병력, 러시아 종심에 위치한 주요 군사 장비, 군수 거점, 탄약고와 병참선을 타격하는데 ATACMS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미사일 허용방침을 확인해 주는 대신 “타격은 말로 가해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일은 발표되지 않는다”면서도 “로켓은 스스로를 대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격을 서방이 승인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지난 9월에 이미 공유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우크라이나 군은 외부 지원 없이 서방에서 공급한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이런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허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NATO 국가들이 군사적 갈등에 직접 개입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공습을 허용하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모스크바는 우리에게 가해질 위협에 대응하여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보복공격이나 응전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