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려아연 전구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
외국기업 매각제동 가능
“기간산업 보호” 명분
고려아연이 가진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원료 ‘전구체 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았다.
18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고려아연은 MBK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던 9월 24일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전격 신청한 바 있다. 고려아연이 가진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돼 정부는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물론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됐다고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로 규정하면서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이 MBK연합의 경영권 인수시도에 맞서 내세운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는 객관적인 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운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빠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보다 5%p 이상 앞서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3분기말 기준 7.4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결정이 현 지분 구조상 상대적 열세에 처한 고려아연이 일반 주주 지지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주실 캐스팅 보트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분들”이라며 “저희의 경쟁 대상이 MBK와 영풍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