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회사 주식이라도 50인 이상 투자자에게 매각할 경우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를 위반한 사례가 금융당국에 잇따라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공시위반 조사 과정에서 비상장사의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과 간주모집 규제, 정기공시 규제를 위반하게 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과징금 등 행정제재 및 검찰 통보 등 조치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산 110억원 규모의 A사(비상장사)는 주주인 B씨가 A사 주식을 55명에게 매각하면서 이를 A사에 알리지 않아 매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A사는 B씨의 매출로 간주모집 규제를 적용받게 됐고, 그 후 추가로 발행하는 증권에 대해 전매제한 조치를 받게 됐다. A사는 증권을 50명 미만에게 추가 발행했지만 사모(간주모집 미해당) 발행으로 오인해 69억원을 모집하는 등 간주모집 규제를 2회 위반했다.

사모발행이라 하더라도 전매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실상 모집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모집으로 간주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A사에 대해 과징금 9000만원, B씨에 대해 과징금 2140만원을 부과했다.

금감원은 “주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투자조합, 벤처캐피탈, 신기술사업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행된 주식이 사후에 일반투자자에게 매출됐으나 매출인이 이를 회사에 알리지 않음에 따라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또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매출) 제출의무는 발행인(비상장회사)이 부담하지만 발행인의 신고서 미제출 시 매출인(주주)도 법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법상 의무를 간과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주주는 증권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지만, 회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을 50인 이상에게 매도하는 경우 발행인과 주주 모두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된다.

이같은 공시 위반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C씨는 상장을 준비하는 비상장사에 투자하고 싶어서 D사의 주주 E씨의 제안으로 D사 주식을 인수했다. E씨는 C씨를 포함해 121명에게 주식을 팔았다. 이 사실을 몰랐던 D사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C씨는 상장 계획 등 회사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D사는 C씨가 투자한 후 6년이 지나서 상장했고 상장 후 주가는 인수가격에 미달하는 등 C씨는 오랜 기간 동안 투자손실을 입었다.

금감원은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양수한 투자자는 만일 당해 주식 양수가 매출에 해당하면 회사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발생하므로 회사에 이에 대해 문의할 필요가 있다”며 “증권신고서가 제출될 경우, 투자자는 투자 판단에 유익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증권신고서의 거짓 기재·누락에 대해 회사·매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회사의 경우 신규주식 발행 전에 주주명부를 확인함으로써 기존 주주에 의한 매출 발생 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또 주주(매출인)에 대해서는 “신고서가 미제출 된 상황에서 매출을 단행할 경우, 매출인에 대해서도 주식 매출 금액의 3%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또 회사가 작성한 증권신고서가 아닌 매출인이 사실과 다른 투자정보로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계속적·반복적으로 증권을 매매하는 경우 형사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