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명예훼손’ 김만배, 3번째 석방
구속 5개월 만에 불구속 재판
재판부 “공소기각 가능성” 언급
김만배씨가 20일 구속재판 중 세 번째 석방됐다. 김씨의 이번 석방사건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허위보도 혐의로 검찰청법상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데도 윤 대통령을 위해 법령에 어긋난 수사를 했다는 법적 다툼을 불러오기도 해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번 석방은 재판부가 전날 검찰 공소장에 대해 “허위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은 후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재판부가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이날 윤 대통령이 피해자인 명예훼손(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는 김만배(화천대유 재산관리 대주주)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보석을 인용했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신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각각 보석을 청구한 바 있다. 보석은 일정한 보증금을 내면 구속 중인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두 사람의 석방은 지난 6월 21일 구속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김씨는 이번 석방으로 재판 중 세 번째 석방을 기록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3년 동안 여러 차례 구속됐는데, 2021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배임 혐의로 처음 구속됐다. 이후 곽상도 전 의원 관련 이른바 ‘50억 클럽’ 뇌물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가 2022년 11월 구속 기한 만료로 풀려났다. 지난해 2월 대장동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던 김씨는 지난해 9월 구속 기한 만료로 풀려났다. 법원은 1심에서 최장 6개월을 구속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구속만기로 석방해야 한다.
석방조건은 두 사람 모두 동일하다. 우선 보석 보증금 3000만원을 납부하되 전액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및 법원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주거 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또 공판 출석 의무를 부여하고, 출국 내지 3일 이상 여행할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도록 했다. 특히 이 사건 등 관계자들과 만나거나 연락해서는 안 된다.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연락이 올 경우 그 사실과 경위, 내용에 관하여 재판부에 즉시 고지할 것도 조건으로 지정했다.
이에 김씨는 이날 오후 8시께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보석 결정을 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석 인용 직후 변호인을 통해 “남은 재판에 충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김씨에게 (보도 관련)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재판을 보면 진상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2021년 9월 15일 부산저축은행 수사 의혹 관련 인터뷰를 한 뒤 대통령 선거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에 관련 인터뷰가 보도되도록 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윤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범죄를 덮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준 책값 1억6500만원이 허위 보도를 위한 대가성 지급이라고 의심했다.
이에 검찰이 지난 7월 9일 두 사람과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한상진 기자를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면서 재판은 시작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금까지 3차례 준비기일과 6차례 공판기일 등 모두 9차례에 걸쳐 검찰에 ‘허위사실 특정’을 요구했다. 급기야 재판부는 전날 6차 공판에서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인한 공소기각’ 가능성을 언급했다.
허 재판장은 “공판준비기일을 준비하면서 공소장을 검토해 보던 상황에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나, 이렇게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부정적”이라며 “검찰은 공소사실이 특정됐는가, 아니면 공소사실 불특정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야 될 것인가 검토를 하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