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 2년 연속 증가…지방재정 빨간불
내년 발행액 9조8000억 … 올해보다 1조7000억 늘어
정부 세수결손 또 발생하면 지방재정 심각한 위험요소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 규모를 2년 연속 늘리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다 빚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가 지방채 인수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7개 시·도가 각 지방의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지방채 발행규모는 모두 9조775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는 만기가 도래한 기존 지방채를 차환하기 위한 발행이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새로운 재정사업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시·도별로 보면 부산시는 내년도 예산 16조6000억원을 편성하면서 이 가운데 7300억원을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기로 했다. 올해보다 42% 늘어난 규모다. 박형준 시장의 적극재정 기조에 맞춰 공격적인 예산운용 계획을 세운 것이다.
경기도는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지방채 4962억원을 발행한다. 기존 차환 발행 지방채까지 합치면 내년도 총 지방채 발행규모는 1조8806억원에 이른다. 경기도는 지방채 발행으로 마련한 예산을 모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조성에 투입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전북도는 기존 지방채 차환 등을 포함해 내년도 지방채를 6130억원 발행할 계획이다. 2년 연속 국세 결손사태와 맞물려 재정상황이 악화된 탓에 지방채를 발행해 재정사업을 벌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전북의 전체 채무 규모는 올해 말 7557억원에서 내년 말 9794억원으로 늘어난다. 총예산 대비 채무비율로 따지면 9.16%가 된다. 전북도의 재정자립도는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23.5%다.
예산 규모가 가장 작은 세종시도 내년도 1095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 이미 올해 4차 추경예산안에 261억원의 지방채 발행이 예정된 상태여서 재정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방채 신규 발행을 자제하겠다고 한 서울시와 대구시도 실제 내년도 지방채 발행 규모는 각각 1조9389억원과 3206억원이다. 신규 재정사업을 위한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을 뿐이지, 빚을 내 빚을 갚는 차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확대하는 명분은 적극적인 재정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장밋빛 세수추계도 지자체들을 자극한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중 교부세 예산은 67조385억원으로 올해 대비 2792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예측은 빗나갈 확률이 높다. 2023년 56조4000억원, 올해 29조6000억원 등 이미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를 겪었다. 이 때문에 교부세 또한 지난해 11조6000억원, 올해 4조2000억원 결손이 생겼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지자체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 축소도 지자체로서는 부담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올해 2조6000억원이던 지방채 인수 예산을 100억원으로 줄였다. 사실상 지방채 인수 예산을 전액 삭감한 셈이다.
지방채는 중앙정부의 국채보다 금리 등 발행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지방채를 인수해 주는 건 지자체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지방채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건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방채 인수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그런데도 이 예산을 모두 삭감한 것은 지자체가 더 높은 금리로 지방채를 발행하게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전체 재정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체장 임기 4년 중 전반기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다가도 선거가 다가오는 후반기에는 재정규모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매년 빚을 내 빚을 갚는 비정상적인 재정운영 방식은 결국 지방재정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은 서울(74%) 세종(57.5%) 경기(55.1%) 등 3곳에 불과하다. 전북(23.5%) 전남(24.4%) 경북(24.6%) 강원(25.2%) 등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신일·곽태영·이제형·방국진·이명환·최세호·곽재우·윤여운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