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인도

2024-11-22 13:00:35 게재

중견조선소 HJ중공업 건조 … 내년 1월 국내 최대 선사 HMM에서 운항

기존 선박용 경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돼 국적 선사에 인도됐다.

LNG 이중연료를 사용하는 벌크선이나 석유제품운반선, 원유운반선 등은 있었지만 컨테이너선에 도입된 것은 국내 최초다. 세계 해운계의 탄소배출규제에 대응한 해운 조선계 움직임이 모든 용도의 선박으로 확산됐다.

HJ중공업은 21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2척의 7700TEU급 LNG 이중연료(DF) 컨테이너선 명명식을 동시에 갖고 선주사에 인도했다. 이들 선박은 HMM에서 용선해 운항한다. 앞줄 오른쪽 두번째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네번째 안젤리키 프란고우 나비오스 회장, 여섯번째 김경배 HMM 사장. 사진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 친환경 조선능력 다시 입증 = HJ중공업은 21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2척의 7700TEU급 LNG 이중연료(DF) 컨테이너선 명명식을 동시에 갖고 선주사에 인도했다. 6m(20피트) 길이 컨테이너박스 7700개를 실을 수 있는 이 선박들은 HMM이 최대 14년간 용선해 운항할 예정이다.

이날 명명식에는 선주사인 그리스 나비오스의 안젤리키 프란고우 회장과 슌지 사사다 사장, 용선사인 HMM 김경배 사장, 건조사인 HJ중공업 유상철 대표이사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척의 선박은 각각 ‘HMM 오션’(OCEAN)과 ‘HMM 스카이’(SKY)로 이름 지었다.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HJ중공업은 국내 대표적인 중견조선소 중 하나다. 이날 명명식을 가진 두 척의 선박은 HJ중공업이 2022년 2억4000만달러에 수주했다. 당시 HJ중공업은 친환경 이중연료 추진 선박 시장 진입을 위해 영국 선급으로부터 적합성 승인을 획득하고 친환경 컨테이너 운반선 건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HJ중공업은 극심한 조선시장 불황을 딛고 2021년 상선 시장에 다시 진출하면서 착수했던 55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이어 77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2척까지 성공적으로 건조하며 친환경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HJ중공업은 이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선박용 연료와 함께 메탄올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레디’와 LNG 이중연료 선박, 메탄올 추진선 등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는 5000~9000TEU급 중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에는 무탄소 연료로 각광받는 암모니아와 수소를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연구 개발에도 착수하는 등 차세대 선박시장에 대응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요구와 강화된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선주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신기술을 적용했다”며 “이번 컨테이너선의 성공적인 건조를 통해 양사 간 신뢰 협력 증진과 번영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HJ중공업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세계 함정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달 31일 해외 함정시장 진출을 위해 한화시스템과 상호 협업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J중공업은 양해각서 대상 함정 건조 전반에 대한 기술을 제공하고 한화시스템은 전투체계와 레이다 등 함정의 첨단 핵심 장비를 공급하며 해외 함정 및 관련 장비 수출을 공동 추진한다.

HJ중공업이 건조를 맡게 될 함정은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PKMR), 윤영하급 고속함(PKG)과 해경의 해우리급(300톤), 태극급(500톤), 한강급(1000톤), 제민급(1500톤), 태평양급(3000톤급) 경비함 등이다.

HJ중공업은 1974년 국내 함정부문 방위산업체 1호로 지정된 저력을 갖고 있다. 1979년 인도네시아에 미사일 고속정(PSK) 4척을 수출한 국내 최초 함정 수출 기업이다.

이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인도 태국 및 중동과 중남미 국가에 각종 경비정과 군수지원함 등 특수선 30여척을 수출하며 해외에서도 함정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중소형 함정 분야에서는 국내 해군이 발주한 신형고속정 전량을 수주 건조할 정도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자국 공기부양선 사업 추진을 위해 국내 유일의 공기부양 고속상륙정 건조 기술을 보유한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군의 독도함 성능개량 사업과 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 체계, 해경 3000톤급 경비함 등을 수주하며 함정의 설계 건조에서부터 성능개량과 군수지원시설에 이르기까지 함정의 생애주기에 걸친 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방산전문업체임을 다시 입증했다.

◆HMM, 지중해~극동아시아 항로 투입 = LNG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용선한 HMM은 내년 1월부터 이들 선박을 본격 투입할 예정이다.

21일 HMM에 따르면 ‘HMM 오션호’와 ‘HMM 스카이호’는 지중해와 극동아시아를 잇는 HMM의 독자 서비스 항로에 투입돼 부산~중국~인도~지중해 등을 운항할 계획이다.

HMM은 이번 선박이 국내 첫 LNG 추진 컨테이너선이라며 갈수록 강화되는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선박이라고 강조했다. HMM에 따르면 선박의 대체연료로 메탄올 암모니아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LNG가 유용한 저탄소 연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프랑스 해운조사 전문기관 알파라이너는 올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55%가 LNG 추진선이라고 분석했다.

LNG 추진선은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각각 30% 85%,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는 99% 감소시켜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김경배 HMM 사장은 “이번에 인도되는 LNG 연료추진선박은 HMM의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MM은 지난해 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에 친환경선인 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2030 중장기 투자계획’에 따라 총 투자금액 23조5000억원 중 친환경 경쟁력 강화에만 14조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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