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지위·역할, 법제화”… 근본대책 필요
전현직 대통령·여야 대표 배우자 잇따라 구설
‘배우자 논란’ 여야 정치인…“정치 간여 최소화”
전현직 대통령과 여야 대표 등 유력 정치인의 배우자가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치인 배우자의 사소한 허물까지 침소봉대해 정쟁에 악용하려는 저열한 정치문화 탓이라는 반박이 나오지만, 정치인 배우자의 실질적인 공적 활동을 양성화시키지 않아 구설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배우자가 동시다발로 구설에 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최근에는 공천 개입 의심까지 받고 있다. 야권은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추진 중이다. 김 여사는 2022년 대선 무렵 자신의 허위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대국민사과를 하기도 했다. 역대 구설이 가장 잦은 영부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20일 사위였던 서 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로부터 참고인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김 여사는 2018년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순방 의혹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부인 진 모 변호사를 비롯한 가족들은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원 게시판에는 진 변호사를 비롯한 가족 5명 명의로 900여건의 비방글이 올라왔다. 한 대표는 21일 “위법적 문제가 아니라면 건건이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진위 확인을 피했다. 친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SNS에서 “배우자 진 변호사가 몸통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김씨는 이 대표가 2022년 대선에 출마선언한 직후 전현직 의원 배우자 등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야 유력 정치인 배우자들이 잇따라 구설에 휘말리자, 정치권은 “비정치인인 배우자까지 정쟁에 끌어들인다”며 분노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담화에서 “제가 검찰총장 할 때부터 일단 저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지만 저희 집사람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그야말로 저를 타깃으로 해서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21일 김정숙 여사 출석 요구서와 관련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을 물타기하기 위해 퇴임한 대통령의 부인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구설과 반박이 맞서는 가운데 정치인 배우자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배우자의 경우 지위와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2일 “미국은 법원 판례를 통해 대통령 배우자는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원한다. 우리도 대통령실 직제에 배우자의 지위와 역할을 넣고, 그 틀에서 활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대통령 배우자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제도적 틀에 가두기 어려운 정치인 배우자에 대해 엄 소장은 “철저하게 공적 인식에 기초해 배우자의 역할과 정치적 간여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