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이번엔 휴전하나
헤즈볼라, 가자와 연계 안 해
네타냐휴, ICC 영장 후 변화
이스라엘군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간의 휴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36시간 안에 휴전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26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안보내각 회의에서 최종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동안 휴전은 없다고 강경하게 맞서던 양측 태도가 최근 급변하면서 휴전논의가 힘을 얻었다.
휴전을 중재해 온 미국에서도 합의가능성이 제기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협상과 관련, “우리는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면서 “논의가 건설적이었으며 (협상 진행) 궤적이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모든 것이 완료될 때까지 아무 것도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무엇인가 발표할 게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실용적일 때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화요일(26일) 이 합의를 승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 당국자도 커비 보좌관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골라인에 있지만,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이 필요한데 그때까지 항상 무언가 잘못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끝날 때까지 휴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조직 수장이던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 표적 공습에 살해된 뒤 이런 조건을 철회하고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이스라엘 역시 레바논에 한정된 휴전은 부담이 다소 덜하다. 극우 정파가 포함된 연립정부 지지를 유지하려면 가자를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당장 전쟁을 멈추기 힘들지만 헤즈볼라와의 휴전은 설득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갖은 압박에도 강경하게 전쟁을 치러온 이스라엘이 갑작스럽게 레바논 휴전을 검토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미국의 물밑 압박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문에 자위권 행사를 위한 군사작전 여지를 남겨두고자 하고 있어 이 부분이 막판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앞서 “(휴전 합의 사항의) 위반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행동의 자유’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헤즈볼라 수장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 적이 원할 때마다 (레바논 영토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침략의 완전하고 포괄적인 종식과 레바논 주권 보존”을 요구한 바 있다. 이스라엘 국내 여론도 관건이다.
이날 휴전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보도되자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와 연정 내에서 강한 반발이 감지된다고 와이넷이 전했다.
키르야트시모나 시장 아비하이 스턴은 네타냐후 내각을 향해 “어째서 완전한 승리에서 완전한 항복으로 가려고 하나”라며 “헤즈볼라를 무너뜨리고도 이를 완전히 해체하는 대신 회복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역시 휴전 논의를 가리켜 “헤즈볼라를 제거할 역사적일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에 휴전이 성사되면 작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하고 헤즈볼라와 교전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에 포성이 멎게 된다. 또 이스라엘군이 지난 9월 헤즈볼라를 겨눈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포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의 지상전에 돌입한 것부터 따지면 약 2달 만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