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직접 대화 검토”
로이터 “트럼프 팀 내부서 방안 논의중” … 북미정상회담 조기 추진되나
트럼프 당선인 측이 2기 행정부 출범 뒤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실행에 옮겨지면 한반도 정세에 ‘트럼프발 지각 변동’이 닥칠 전망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팀 내에서는 김정은과의 기존 관계를 토대로 트럼프가 직접 접근하는 것이 얼어붙은 상황을 타개할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은 트럼프의 집권 1기 시절인 2018~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 판문점에서 3차례 만난 바 있다. 뚜렷한 성과없이 회담은 결렬됐지만, 두 사람은 직접 만남을 통해 친분을 만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집권 1기 때 북미 정상외교에 깊이 관여한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를 차기 백악관의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으로 발탁해 북미대화 재추진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는데 이번 보도는 그에 힘을 싣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웡의 발탁을 알리는 성명에서 “그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협상에 참여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팀 내부의 이런 논의는 아직 유동적이며, 트럼프 당선인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 당선인의 초기 목표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지만, 추가적인 정책 목표나 정확한 시간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중동과 우크라이나 같은 더 긴급한 외교 사안들로 인해 이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미 상황은 2018년과는 크게 다르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 4년 내내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문을 걸어 잠궜다. 대신,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매진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삼아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북러관계를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격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다양하게 제기되는 북미 정상회담 및 협상 재개 관측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 정책이었다”며 대미 협상이나 관계 복원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지 20일 가까이 됐지만 트럼프의 재선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합의가 중동지역 전쟁위기 해소를 촉진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공언대로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지어 미·러 관계를 개선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와 그의 일부 측근들은 직접 대화가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워싱턴의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은 채 1기 임기를 마쳤다”면서 “트럼프의 우군들은 차기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올 초 로이터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직접 대화에 더 열려 있는 편”이라면서 “(북미)대화가 다시 시작된다면 김정은이 다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추진을 시사하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지난 7월 대선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선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라고 했고,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달 25일에는 “김정은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내부의 적”이라면서 “우리는 그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