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관세? 미 휘발유 값 더 올려”
“멕시코에 관세부과,
미국 차업계에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캐나다·중국에 ‘관세 폭탄’을 쏟아 붓겠다고 예고해 큰 파장이 이는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되레 미국 기업체들과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란 지적이 자동차 및 석유 업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 추진되면, 미국 원유 수입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캐나다의 석유 산업이 큰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 운전자들의 연료비도 상승시킬 것이란 점을 원유 생산업계가 경고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사 베이튼 캐나다 석유생산자협회(CAPP) 회장은 FT에 “원유와 천연가스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캐나다의 생산량 감소와 미국 소비자들의 휘발유 및 에너지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북미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지만, 정유 공장에서 휘발유와 기타 석유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대량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미국에서 정제되는 원유의 약 40%가 수입품인데, 그중 60%는 캐나다에서, 11%는 멕시코에서 온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북부의 정유업체들은 텍사스 유전에서 생산되는 미국산 원유보다는 캐나다산 원유에 더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커모디티 컨텍스트(Commodity Context)의 로리 존스턴은 “원유 수입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미국 내 주유소 가격 상승과 원유 공급비용 증가로 인한 미국 정유업체 수익성 약화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유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연료석유화학제조협회(AFPM)는 “수입 원유와 제품의 비용을 증가시키거나, 공급 접근성을 줄이거나, 보복 관세를 초래할 수 있는 포괄적 무역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액체 연료 분야에서 세계 선두주자로서의 우리의 우위를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이 미국의 에너지 우위를 방해할 수 있는 정책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멕시코 수입품 관세 부과가 멕시코에 대거 진출한 미국계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 관련 산업 비중이 큰 상황에서,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완성차 업체 중 지난해 매출액 1~3위는 모두 미국계 브랜드인 것으로 분석됐다. 멕시코에서는 연 380만 대 가량 자동차가 생산되는데, 이 중 90% 이상은 수출용이며 그중 80%는 미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멕시코자동차협회는 보고 있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현지 업계 분석인데, 작년 업체별 매출액을 보면 상위 1~3위는 모두 미국계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제너럴모터스(GM)로 280억달러 상당 매출고를 올렸다. 미국·이탈리아 합작사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 소유주 프랑스기업 PSA 간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220억달러)와 포드(160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의 대멕시코 관세 부과 대상에 자동차 관련 품목이 포함된다면, 미국 업체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북부 미국 국경 지대 또는 주변 항구와의 원활한 연결망을 갖춘 중부 지역 산업단지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1~7월 멕시코에서 수출한 완성차 90%의 목적지는 미국”이라며, GM(35만4723대)과 포드(19만5595대)가 차량 대수 기준 1~2위였다고 보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