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배임죄 완화 수위’ 고심…‘주주 보호의무’ 명시 등 검토

2024-11-27 13:01:26 게재

검찰의 과잉 적용·기업의 도덕적 해이 절충점 찾기 나서

상법개정과 맞물려 당근 제시 예고 … 면죄부로 인식 우려

시민단체 “배임죄 폐지 안 돼, 지배구조 투명화가 먼저"

이재명 대표 배임죄 혐의와 맞물려 오해 소지 해소도 관건

배임죄 적용 완화에 착수한 더불어민주당이 수위 조절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과도한 배임죄 남용과 기업들의 배임죄 완화에 따른 악용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절충점을 찾겠다는 게 핵심 방향이다. 민주당은 이사들의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배임죄 완화’를 당근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출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27일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에 참여하는 모 의원은 “(배임죄 완화는) 검찰 반발도 있고 (현재의 배임죄에는) 기업 오너 반발도 있다”면서 “양쪽의 남용 부분을 합리적으로 맞춰 적정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일단 반영하고 배임죄 부분은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고 했다.

배임죄 완화에 대해서는 이미 이재명 대표가 언급해놓은 상황이라 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 TF에서는 상법 개정안과 함께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배임죄가 폭넓게 적용된 데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된 측면과 함께 검찰이 배임죄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왔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 제기한 배임죄의 과잉 적용에 일정 부분 수긍하고 있다는 얘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MBC라디오에 나와 “법안을 성안 중인데 방법은 두 가지다. 형법에 업무상 배임죄가 규정돼 있고 상법에도 특별배임죄가 규정돼 있는데 이 두 개의 법의 배임죄 규정에 대해 구성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아니면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서 경영상의 판단을 면책한다고 하는 조항을 추가하거나 하는 문제들을 검토하면서 어떤 게 더 나을지 성안 작업 중”이라고 했다.

상법개정안을 낸 민주당 의원들은 각각 배임죄 확대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포함되어 배임죄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면 배임죄의 일방적인 폐지가 아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와 주주에 대한 ‘공정의무’를 구분해 명시해 형법상 ‘배임죄’ 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배임죄 부담 우려까지 반영했다.

◆“배임죄 확대에 기업의 볼멘소리, 나름 근거 있어” = 민주당은 배임죄 적용 완화에 따른 부작용과 잘못된 신호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팀장인 오기형 의원은 “(배임죄 범위를) 부단히 확대했던 것은 검찰 특수부이고 법원이 결과적으로 이를 받아줬다”며 “재벌들(의 배임)에 대해서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상당히 확대돼 온 과정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어느 정도는 (배임죄 적용을) 절제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고 그런 이야기도 나름 근거가 있는 건 인정한다”며 “어디까지 (완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반작용으로 아예 없애버리는 폐지까지 할 거냐. 그러면 또 다른 역반작용이 클 것”이라며 “그렇게 하다가는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우리나라의 재벌은 현재 해외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형적 소유지배구조로 총수일가는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사회는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구조”라며 “배임죄마저 없다면 대주주의 사익편취나 대주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사 등의 전횡을 견제하기 더욱 어려워진다”고 했다. “미국 같은 경우 우리나라의 재벌과 같은 기형적 소유지배구조가 아닌 ‘소유분산 모기업-100% 자회사’구조이며 디스커버리제도와 징벌배상 등을 통해 민사소송에서의 공방에서 균형과 민사적 단죄가 가능하기에 배임죄 등의 효용이 적은 것”이라며 “우리나라 상황에서 기껏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추진하면서 배임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경제력 집중문제를 해결하고 불평등 및 양극화를 해소해 경제민주화를 완성하고 성장잠재력을 확보한다. 재벌개혁과 함께 건전한 경영문화를 조성하고 부당 내부거래와 사적이익 편취 등 불법적 경제행위에 대한 감독과 징벌을 강화한다’는 민주당의 강령을 스스로 저버리지 않고 지켜나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고 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배임죄 완화’와 관련해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 배임죄 완화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상법에서의 배임죄를 완화하려면 형법 강화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권 남용수단 수단, 배임죄” =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등 배임죄 혐의를 덮으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의식하고 있다. 오 의원은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떤 맥락에서 (배임죄 완화 문제를) 제기하느냐도 중요하다”며 “이상하게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건과 관련해서 ‘면피하려고 그러냐’는 식의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배임죄로 기소되어 재판 받고 있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배임죄 면책하자 하면 국민들께서 오해하실 것 같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검찰이 심심하면 기업을 내사해서 배임죄 한번 조사해 볼까 이러면 난리가 나지 않겠나. 삼성전자가 그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검찰권 남용 수단이 되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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