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기준금리 모두 내렸다
실질GDP, 올해 2.2% 내년 1.9%로 수정
수출·내수 동반 침체 가능성에 전망 낮춰
기준금리, 지난달 이어 두달 연속 0.25%p↓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수출 전선마저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날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 배경으로도 꼽힌다.
한은은 28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수정 경제전망보고서를 결정했다. 한은은 이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2%, 내년 1.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월 전망치에서 각각 0.2%p씩 낮춰 잡은 수치다.
이번 전망치는 최근 잇따라 나오는 국제기구와 민간 기관의 하향 수정과 궤를 같이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2.0%로 하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 연구기관도 각각 1.8%~2.0% 수준으로 전망했다.
한은을 비롯해 국내외 기관이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내다본 데는 올해 3분기 낮은 성장률이라는 실적과 앞날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한은이 8월 전망한 0.5%에 크게 못미친 실적이다. 내수는 0.5% 늘었다고 하지만,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이 0.4% 줄었다. 특히 수출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22년 4분기(-3.7%) 이후 처음이다.
향후 전망은 더 불확실하다. 특히 수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이 강력한 관세정책으로 전환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미국의 관세정책이 바뀔 경우 우리나라 연간 수출이 45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감소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실질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도 커질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이처럼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에 대비해 국내 내수시장마저 회복이 늦어지면 거시경제 전반이 빠르게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 3분기 내수가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고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내구재 등 고가의 소비재 구입은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지수도 전달 대비 하락했고, 향후 경기전망지수(74)도 전달에 비해 7포인트나 하락해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우울한 경제전망 속에서 한은이 선택한 카드는 기준금리 인하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낮췄다.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조치로 그만큼 내수 촉진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고 말해 추가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을 깬 전격적인 조치로 내수 부양이 절박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정책방향의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도 읽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최근 잇따라 향후 경제전망이 녹록치 않음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내년도 이른 시기에 추경예산을 편성해 내수를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야당이 주장한 추경편성에 부정적이었던 정부여당의 변화로 읽힌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 내년은 1.9%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 실질GDP 성장률은 1.8%,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전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