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키이우 의사결정기지 폭격 가능”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시니크’ 사용 경고 … 트럼프엔 “지적인 해결사” 호감 표명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종전 구상의 설계자인 키스 켈로그 전 육군 중장을 우크라니아·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종전 협상이 켈로그의 계획대로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포기하는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타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집단안보이사회(CSC)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방부와 총참모부가 타격할 목표물을 선정하고 있다”며 “군사 시설이나 방위 산업 시설, 키이우의 의사 결정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결정 기지의 구체적 예를 들지는 않았으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이나 군 지휘부 시설을 포함한 행정부 각 부처 건물, 의회 청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뒤 2년 9개월 동안 이 시설들을 타격하진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으로는 지난 21일 우크라이나에 시험 발사한 오레시니크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국빈방문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오레시니크와 같은 무기로 키이우 의사결정기지를 공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서 오레시니크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우리의 중요 시설을 공격하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CSTO 회의에서 최근 우크라이나에 가한 대규모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19일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이틀 동안 우크라이나에 100개의 다양한 유형의 시스템, 미사일과 466대의 드론을 이용해 포괄적인 공격을 했다”며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에는 반드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 리브네와 루츠크 등지가 러시아군의 집속탄 공습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이로 인해 국토 전역에서 100만명 이상의 주민이 정전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전 논의를 위한 대화와 관련, 전제조건은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의 4개주 이양 등 지난 6월에 제시한 군사 활동 종결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호의적 발언을 쏟아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경험 많고 지적이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호평하며 “러시아는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임기가 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 지원을 늘리고 범위도 확대하는 점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을 더 어렵게 하려는 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암살 기도에 대해선 “역겨운 일”이라며 “내 생각엔 그는 지금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