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세계 첫 '16세 미만 SNS금지법' 제정

2024-11-29 00:00:00 게재

정부 발의, 하원 상원 통과

플랫폼에 의무, 위반시 벌금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호주 상원은 하원이 법안을 통과시킨 지 하루만인 28일(현지시간) 찬성 34대 반대 19로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도 찬성 102대 반대 13의 압도적 차이로 법안을 승인했다. 호주 정부가 발의한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세계 최초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소셜미디어 금지법이 탄생했다.

새 법률은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등 SNS 플랫폼 기업에게 16세 미만 아동 청소년의 계정을 금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막지 못했을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한화 약 454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최종 사용자의 건강과 교육” 지원이 주 목적인 유튜브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법안은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의 시범실시를 거쳐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킨 후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제 어린이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앨버니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인해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다. 소셜미디어의 부상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해악 사이에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호주 정부는 새 법률이 부모 동의를 받은 아동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호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법안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단체들은 대환영이다. 로이터는 2009년 소셜미디어에서 괴롭힘을 당한 후 17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호주의 괴롭힘 반대 운동가 알리 할키치를 인용해 “연령 제한을 두고, 통제권을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권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학계, 청소년 옹호단체 등은 이 금지가 역효과를 낳아 십대들을 다크웹으로 몰아넣거나 더 고립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인권위원회는 “이 법이 젊은이들의 사회참여 능력을 방해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6세가 된 호주 시드니 학교 학생 에니 램은 소셜미디어가 신체 이미지 문제와 사이버 괴롭힘에 기여했지만, 전면 금지는 젊은이들을 인터넷에서 멀어지게 하고 더 위험한 부분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그 법은 이 벽을 우회하는 데 기술적으로 더 많은 지식을 갖춘 젊은 세대를 만들 것이고,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모두는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소셜미디어 금지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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